(written on May 12th, 2010)
5월. 띵가띵가 학교는 축제로 시끄러운데, 나는 몰아치는 레포트 릴레이 때문에 오늘도 중앙전산원이다. 오늘까지 제출하는 레포트를 아침에 끝냈는데, 내일 팀프로젝트 관련해서 교수님 면담이 있어서 내가 맡은 부분을 쓰고 있다. 면담은 오전 10시고, 9시 반에 팀원들과 모여서 정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늘 밤까지 끝내야한다.
오후 6시에 수업이 끝나고 컴터 앞에 앉아서 끙끙대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학생회관에 가서 밥을 먹었다. 요즘 나의 든든한 후식이 되어주는 떠먹는불가리스 복숭아맛을 사서 학생회관 뒷문 앞 벤치에 앉아서 숟가락을 쪽쪽빨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커플이 식사를 마치고 뒷문으로 나온다. 남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여자는 왼쪽으로 가야해서 아마 헤어져야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자가 막 팔을 끌면서 헤어지기 싫다고 칭얼대더니 갈림길에 도착해서 남자를 꼭 끌어앉고 놓아주질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코맹맹이 소리를 내다가 결국 설득에 성공하여 헤어지려는 찰나, 키가 작은 여자가 뒷꿈치를 들어 남자의 입술에 쪼오옥(이정도 길이로) 뽀뽀를 하는게 아닌가. 그러고도 아쉬워서 헤어지는 내내 시선을 때지 않는, 5월의 캠퍼스에 어울리는 사랑에 불타는 남자와 여자.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나는,
'이 년놈들이!!!!!!'
남은 떠먹는불가리스 복숭아맛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고 껍닥까지 다 깨끗하게 핥아먹은 후 다시 전산실에 와서 컴터 앞에 앉았는데, 하얀건 한글 2007 빈 페이지요, 깜박이는건 커서다. 이 두근거리는 마음과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멍때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제법 솔로 내공이 쌓여서 이제는 '연애가 별거야, 귀찮기만하지'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다스리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에 5월 캠퍼스의 염장질은 너무 가혹하다.
사랑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겠냐만, 특별히 봄은 사랑 하기에도, 사랑받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내겐 어쩌면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봄인데, 조금은 아쉬운게 사실이다.
언제나 누구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가끔은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과 지지를 보낸다. 염장질은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그/녀들이 들였던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니 마음이 넓은 내가 이해를 해줘야겠다. 물론 그 염장질을 하는 동안에 어떤 쏠로가 떠먹는불가리스 복숭아맛을 떠먹으며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조금 자제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봄이니 마음껏 애정행각을 펼쳐보시지...여름오면 더워서 붙어있기 싫어질걸ㅋㅋㅋㅋㅋ.......(그럴리가!ㅠㅠㅠㅠㅠㅠㅠ)
이제 과제를 시작해야겠다. 솔로인데 성적까지 나쁘면 너무 하등인간스럽잖아.ㅎㅎㅎ
그리고 너무 기죽지는 말아야지. 허허허!!
혹시나 내일은, 혹시나 이 숙제가 다 끝나면, 혹시나 다음 봄에는..
나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잖는가!?!
오랜만입니다^^
6년 전. 대학교 5학년, 졸업반 시절에 썼던 글을 나눕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저 참 비슷하죠?ㅎㅎㅎ
그래서 과연 저는 이 다음 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을까요?
네. 그랬습니다. (힌트는 18.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그리고, 다시 홀로 보낸 봄이 바로 작년이었어요.
그렇다면 올 봄은 어떨까요?
앞으로 이어질 글들은 더욱 주관적이고 더욱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나가려 합니다.
독자가 아닌 친구로서, 제 이야기 들어주시고, 또 이야기 들려주신다면
정말 반갑고 고마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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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