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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과 직업인, 전문가 이전에

모두 자기혁신과 자기확신을 위한 초효율의 언어

by 좋은이야기연구소



들어가는 말 : 진정성은 모두가 아는 단어에 있지 않고, 나의 서사에 있다.



이번 글에서는 퍼스널 브랜딩, 직업인이라는 말을 등장시킨다. 갑자기 왜? 싶을 수도 있지만 말이 다를 뿐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나 쓸모, 가치는 전문가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하는 말, 오히려 그 의미와 쓸모를 더 확장시켜주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참 중요한 재료다.

'나의 세상은 나의 언어만큼 확장된다'라는 말처럼 어떤 단어가 일상적으로 또는 특정 시간과 공간에 회자되기 시작하면 이러한 언어는 일상과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퍼스널 브랜딩과 직업인 이 말들이 각광을 받은 시기와 전문가라는 말이 각광은 받은 시기는 일정 부분 겹치는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욕망은 무엇일까? 이 말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면 나의 경쟁력을 키워 회사에서 탈출하자는 명령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다각적으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본다면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회사 안에서든 회사 밖에서든 자신의 강점이나 역량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 역시 강해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렇기에 개개인이 자기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직업적 본질을 더 많이 고민 하고 있는거다. 때로는 그 동력이 직장 내에서의 인정, 혹은 직장이 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불안함이나 나의 강점과 역량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에서 오는 걸지도 모르겠으나 대퇴사를 지나 대잔류, 경쟁력의 시기에 이런 불안이 이상한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의 증명성이나 경쟁력을 인정받고 싶어 이런 언어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내가 나만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언어로도 이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한 때는 나도 이러한 불안함에 이끌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퍼스널 브랜딩 동호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솔직해지자면 사이드니 뭐니 하던 것들을 시작한 진짜 마음은 경제적 자유라던가 퍼스널 브랜딩이라던가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입사원 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회의 자료가 하나도 안 먹히기에 조금 더 주장해 보려는데 돌아온 “그걸 어떻게 해요?”, “그게 성과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라는 말에 아무 말도 못하는 내 자신 때문에 시작한 것들이었다. 일단 상대의 질문이 타당했고, 말투가 공격적이지 않았기에 나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내 주장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의 의사결정 관점에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의 관점에서 [이 일을 하기로 하는 것]에는 거창한 이유는 없다. 하고 싶어서 시작하고, 하다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다만 그러면서도‘누가 나를 그냥 좀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 퍼스널 브랜딩이나 직업인이라는 말에 기대 성장했던 이유는 하고 싶은 거 앞에서 초라해지지 말자, 모르겠는 거 앞에서 무너지지 말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때로는 일을 하다가 '나는 프로잖아'라는 말 한마디로 엄청난 책임감이 발휘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퍼스널 브랜딩, 직업인, 전문가 이 모든 말들도 그저 언어고 사고의 틀이다. 이제껏 내가 쌓아온 경험을 소화하고 앞으로 닥칠 많은 경험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도구이고 내 삶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런 과점에서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은 나의 전문성과 경험, 지식, 나만의 사랑받을 수 있는 점들을 잘 정리한 한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일이고, 직업인이란 직장에서 벗어나도 유효한 나의 일의 의미와 쓸모를 찾고 직장에서도 도전적인 과제나 책임을 맡는 과정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며 인정받으며 도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나 이런 걸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언어, 사고의 틀, 도구, 방식을 사용하기 전에 내가 꼭 풀어야 할 문제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너무 크고 막연하게만 느껴져서 평생 답해야 하는 것처럼도 느껴지기도 하고, 어쩌면 평생 답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답이 없는 문제에도 틀릴 것 같아 답변하지 못하기도 한다. 너무 별거 아닌 문장이라도 괜찮다. 모르겠다고 해도 알아야 할 게 뭔지 보이는데 이 질문을 계속해서 미결질문으로 남겨둔다면 평생 내가 될 수는 없다.







자기확신 : 개인의 서사에서 온다



나는 지금도 전문성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이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정확한 정의는 참여할 여지를 없애고 지나치게 조작적으로 접근하면 스스로 구성하고 몰입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용기를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일임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나보다 더 내 삶에 몰입하고 의지를 가질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전문가가 되어 가는 것은 브랜딩의 주요 철학 혹은 방법론과 비슷한 점이 많다.

브랜딩을 언어 그대로 쪼개보자면 brand 에 ing가 붙어 branding. 브랜드에 ing를 붙여 계속적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브랜딩인 셈이다. 같은 것을 가지고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롭게 볼 눈을 갖는 것 그런 게 브랜딩이기도 하다. 나로서 차별화한다는 것, 계속해서 변해가며 나를 혁신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또한 전문가가 되는 일은 나 자신의 언어와 표현을 찾아 브랜드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고, 직장에서 돈을 벌고 승진을 하는 일 이상의 직업적 가치와 욕망을 찾아 직업인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을 보고 내 일이 미치는 대상을 자세히 보는 것, 구체적인 언어나 일로 구성해가는 게 직업인이자 전문가가 하는 일이다.


퍼스널 브랜딩, 직업인, 전문가라는 말을 보며 내가 어떻게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조금 더 뚜렷하게 보인다. 이런 작업들을 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가지고 내가 세상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나만의 서사를 써나가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적당히 알고도 체크해서 맞을 수도 있는 객관식 문제처럼 나아갈 수 없고, 내 앞에 내가 써야만 하는 빈페이지만 놓여 있는 것 같은 막연함으로 시작해야 하는 문제다.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에 따르면 역사학은 나는 누구인가를 답할 때 이런 3문을 준다. 나는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단순히 질문을 쪼갠 것만으로도 조금 더 답하기 쉽게 느껴지지 않나?

꼭 정답이나 회사에 입사하는 지원서를 쓴다는 마음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서사를 적어보는 거다. 매년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 어렵지만 해낸 일은 무엇이었는지, 남의 기대에 맞춰 시작했지만 나의 욕망을 발견한 일이 있었는지 말이다.

그런 서사를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빈 페이지로 남겨두었던 것들이 역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역사학을 전공하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가 한국인이라 한국사를 배우는 게 아니고, 한국사를 배우기 때문에 한국인이다”라는 말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자각하고 나 스스로 인지하고 있을 때 나는 누구인지가 보다 명확해진다. 또 역사를 많이 알아차리고 써내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일단 역사를 많이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을 많이 알고 그대로 행동하려고가 아니다.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도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상호작용의 요소가 바뀌는데 똑같은 상황 같아 보인다고 똑같은 해결책이 주어지지는 않는거다. 역사를 많이 알아야 주체가 되는 거고, 맥락을 잡고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거다. 그런 주체의식이 있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가 있다. 그리고 역사를 쓰는 것만으로도 주체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자기혁신 : 서사의 발전 방향



역사의 발전을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정-반-합이다. 나는 역사학과라 이 말을 좋아하는데 민희진 님이 이 말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운로드 (3).jfif 출처 : SBS, 유퀴즈온더블럭


민희진 님은 '일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자기가 하고, 자기가 알아야 한다고 한다. 저 사람의 상사와 내 상사가 다르고, 나의 일과 저 사람의 일이 다르고, 트렌드나 인기 있는 것도 계속해서 바뀌니 말이다. 정에서 반으로 가는 것은 기존에 있던 것을 혁신하는 것과도 같다. '내가 혁신한다'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민희진이라는 사람은 소녀시대 - F(x) - 뉴진스로 오기까지 수 많은 혁신을 해냈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서사를 적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나 생각을 마주하게 될 때도 있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다는 노래처럼 내가 변화한 것인지 혼재하는 것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렇다면 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어려움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땐 역사의 진행 방향 뿐 아니라 인간 한 명의 날들에도 수많은 정-반-합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아마도 그런 이해가 안되는 '반'의 순간에는 내가 나를 혁신한 순간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어디선가 [같은 경험을 반복하면서만 성장하는 것 같지만 자기 자신을 번복할 때 인간은 진정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라는 말을 보기도 했다.

사람은 반복하면서 성장하기도 하지만 번복하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자기 말을 번복하는 일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별로인 사람같이 느껴져 두렵기도 한 일이지만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변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그것 역시 하나의 생존전략이자 치열한 의미 생존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갈 수 있는 정도의 길을 찾아서 갈 수도 있고, 내가 잘 알고 있는 길을 가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나아간다. 어떻게 가든 어디에 있든 내가 가는 길은 모두 내 길이 될 수 있다. 헤맨만큼 자기 땅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미래에도 나만의 전문성이 있는 삶, 주도권을 잃지 않는 삶, 어디서든 의미와 쓸모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 길을 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길에는 끝이 없어 막막하고, 내가 되는 일에는 끝이 없다. 그래도 의미 찾기를 멈추지 않기를, 서 있는 곳에서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모든 것의 이유 : 나의 선택


역사학이 역사를 만드는 이유, 브랜딩이 브랜드를 만드는 이유 모두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로 무언가와 함께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슬로건이나 광고같은 걸로 눈을 잠시 뺏어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진짜 마음을 가지고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른이 되면 꿈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근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꿈이라는 건 장래희망이나 직업이 아니라 살고자하는 방향과 모습인것 같다.


'꿈이 나를 부양하게 하지 말고, 내가 꿈을 부양하자'


직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인정 받고 싶은지, 일의 방향성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일이라는 건 내 삶에서 어떤 의미와 쓸모가 있는지 그 방향과 모습을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장인정신처럼 갈고 닦아 가면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비어있어 보이는 것도 '비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 사실이 있는 것이 된다.


생각해보면 역사학자들이 해야 하는 과제는 과거의 사실을 얼마나 완벽하게 복원해내는지 같은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국가 단위든 지역 단위든) 어떤 것이 현재를 구성하는 것인지, 의미 있는 변화인지 알아차리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이걸 보고 있다는 건 이거 외에 다른 걸 보고 있지 않는 거라는 것도 인지하라는 역사학과 교수님의 말이 생각난다. 결국 인생의 역사는 내가 선택한 걸 보는 일이라는 뜻으로 이 이야기를 해주셨을까, 보지 않는 것을 보라는 뜻으로 이 이야기를 해주셨을지 저는 여전히 교수님의 의도는 모르지만 아마 ‘둘 다’일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지난 선택들을 돌아봤을 때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좋아하는 걸 선택하고, 좋아하지 않는 걸 선택하지 말아야 겠다는 깨달음

선택한 건 평생 봐야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도 위의 문장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전제다. 물론 누구는 후회가 적은 선택을 하고, 누구는 자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고, 누구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을 할 거다. 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자 한다. 좋아하다보면 늘 잘하게 되는 게 나의 역사의 발전 방향이었다. 좋아하며 대충은 없어지고 더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자연스레 감각이 쌓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만큼 경험과 지식, 감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마음이 있을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도 궁금하다.

언젠가 마주할 날이 있다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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