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되는 것보다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게 더 어렵다
들어가는 말 : 나의 일이나 꿈은 나의 욕구를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여야만 한다.
이제껏 전문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기다움'에 대해 설파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여러 맥락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할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알쓸인잡에서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가 "천문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진로 고민을 가지고 오는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과학이나 수학이 약한데 어떻게 하나, 천문학 공부는 어떻게 하나 이런 것을 묻는 후배들에게 그가 한 말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직업 천문학자가 되려면 20대의 모든 시간을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학생처럼 보내야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이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대리가 되고, 과장으로 승진할 동안 나는 공부를 할 수 있는가. 이 물음의 중요한 무게추는 나에게 이 공부가 그만큼 가치있는 일인가였다. 내 젊은 시간의 기회비용을 모두 투자할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천문학보다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너 자신에 대해 탐구해보길 바란다."
* 매주 월/수/금 연재합니다.
전문가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싶다면 구독 버튼 혹은 댓글로 함께해주세요.
이 글을 보고 있는 분이라면 이런 고민을 많이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내 일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내가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그렇고, 회사에 다닐 때 어떤 옆자리 동료, 선배, 후배 그리고 회사 밖에서 프리랜서로 만났던 분들도 했던 고민이었다.
그런데 내가 꼭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가, 왜 나는 '전문가'라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가 여기에 답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답을 쫓아서 왔는데 새로운 질문을 드려 일단 미안하다. 누구나 막연하게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내가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 의문, 모순점, 새로운 막연함을 가지는 것은 이 질문에 답을 못해서다.
여기에 지금 답을 하지 못하면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다. 이를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전까지의 글에서는 전문가의 정의나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이렇게 제시했다.
"자기만의 길을 가라"
어떤 사람은 이 말이 더 막연할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길을 간다는 게 도대체 뭔지 어렵다. 나는 지금 어딘가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딘지는 모르겠고, 어쩔 때는 멈춰있는 것 같고,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매번 어디 갇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갇힌 것 같은 느낌과 갈증이 들 수도 있다.
나 역시 신입사원 때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들었는데 (그러면 안되지만) 헛웃음이 나왔다. 웃음 말고 헛웃음. 나는 기술도 없고, 경험도 없고, 쌓인 게 없으니 통찰할 것도 없고, 당장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모험정신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게 헤매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가란 말인가?
회사에 들어오면 회사의 교육 커리큘럼이나 커리어패스가 나를 이끌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는 오히려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게 된 것은 그 정글 속에서도, 혹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황야 속에서도 길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내가 가야 하는 길을 알고 떠난다면 중간중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와있는지, 또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으니 몸도 마음도 편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우리가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 그렇게 몸도 마음도 편하게 그 길을 간 사람은 없다.
물론 감사하게도 커리큘럼이나 커리어패스가 잘 짜여져 있어 가야 하는 길을 잘 아는 럭키비키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근데 내가 다른 중간에 다른 것을 만난다면? 어떤 구간에서는 정글이나 황야를 만난다면? 그때 바로 나의 현재 위치와 방향 감각을 잃고서 혹시 내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건지 갈등과 방황을 시작할 수도 있고,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라’라는 매력적인 권유와 명령에 귀가 솔깃해지면서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낙오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거다.
우리가 매년 다짐하는 다이어트도, 학창 시절 공부도 같은 매커니즘이다. 뭔가 더 좋고 나에게 맞는 게 있겠지 싶을 때는 이런 저런 다이어트 방법과 공부 방법을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많이 쓰지만 결국에 어느 정도 들여다보면 나는 살 빼는 방법도, 1등 하는 방법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그 많은 방법을 들여다 보고서야 아주 간단한 진리 하나를 깨닫게 되고는 한다. 일단 하고 내게 맞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된다는 진리.
아는데 하지 않고 계속해서 간헐적 단식이니 덴마크 다이어트니 토마토 공부법이니 하는 방법들을 더 들여다 본다고 해서 그 시간 동안 뭔가가 더 나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지금 헬스장에 가거나 순공시간을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타이머를 켜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면 되는 거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꾸준히 공부하면 된다. 전문가가 되는 방법 역시 같다.
그런데 전문가가 되는 아주 간단한 진리인 자기만의 길을 가라는 말은 어쩐지 모호하고 뭉툭하게만 느껴진다. 연구가 부족해서일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서일지는 모르지만 아주 간단하게 그 이유를 짚어보자면 이렇다.
1. 진단 부재
다이어트를 예시로 들어보면 진단할 만한 도구나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간단하게 체중계로 몸무게 정도만 재면 될지, 인바디를 이용하여 체지방량이나 근육량을 측정하여 체지방률을 산출할지, 눈바디나 신체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실제로 보이는 것에 집중할지. 다이어트는 적어도 기준으로 할만한 여러 데이터들을 우리가 경험적으로 그리고 사회 인식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일은 그런 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빠르게, 또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게 퇴사한 이형의 3C4P 경험 정리인 것 같다.
이 방법은 아래를 참고하길 바란다. 보면 경영과 마케팅에서 쓰이는 3C와 4P를 인간 개인의 경험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영상 (클릭)
3C : WHY (배경)
- Customer (고객) : 이 경험을 통해 만족시키고자 한 대상은 누구인가?
: 고객은 누구인지, 고객의 요구사항과 이유를 1~3줄로 써보자
- Company (자사) : 나 또는 자사의 상황은 어땠는가?
: 내가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와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 조직의 큰 그림과 목표 (어떻게 해야 조직에 유리해지는지)
: 내 기여와 공헌은?
- 경쟁자 : 나보다 잘하고 있는 곳에 대한 시장조사
: 업계 1등 / 나보다 잘하는 곳 조사하기
: 무엇부터 따라할지 참고했는가
: 시장조사는 어떻게 했는가
4P : WHAT (결과물), HOW(방법)
- Product : 상품 / 연구주제 / 서비스 / 기획안 등
: 결론 - 목표를 이루어냈는가
: 결과물이 나왔는가
: 의미 있는 결과가 무엇이었는
기억이 잘 안난다면 그 때 당시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연락하기
- Price : 만족도 / 매출 / 재구매율
: 서비스나 결과물이 고객으로 하여금 만족할만 했는가
목표, 결과물, 성과, 의미 등을 되도록 숫자로 정리하기
- Place : 어디서 했는가, 그 곳을 선정한 이유는?
: 고객이 모여있는 곳은 어디였는가?
모르겠다면 빼도 된다.
- Promotion : 조회수 / 참석자수
: 어떻게 알렸는가? 반응은 어땠고 이전과 숫자는 어떻게 다른가?
Before & After 구조로 하되 비포가 없다면 다른 비슷한 프로젝트와 비교하기
2. 자기이해와 방향 부재
나만의 진단으로 데이터화를 시켰다면 그것만으로 훌륭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경험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살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도 모두가 아이돌 지망생이 아닌 이상 미용 목적이라거나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는 없다. 그건 오히려 사회가 불건강하다는 하나의 방증일 수도 있고. 이제까지의 생활, 건강, 라이프 스타일, 좋아하는 음식, 안 맞는 운동은 무엇인지 잘 살피고 신체의 불편한 점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게 건강한 다이어트인 것은 모두가 알 거다. 다만 그 방향성이 다르다. 누구는 내장 지방을 줄이고 싶어서 시작했을 수도, 누구는 오래 전부터 입고 싶던 옷을 입고 싶어서 시작했을 수도 있다. 이것 또한 직접 다이어트를 해보면서도 나에게 중요한 것과 그것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방법을 수정해야 한다. 결국 그렇게 내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고 해냈을 때의 가장 좋은 점은 장기적으로 내가 내 몸을 가지고 가장 만족스럽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방향과 그에 맞는 전략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되는 방법도 그렇다.
보통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 날 때부터 뛰어난 수행력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일에서의 전문가는 의도적으로 노력하여 성취한 사람이 대다수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진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고 경험하여 그 경험들을 가지고 소화해 낸 경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책을 읽거나 남의 이야기를 들어도 자기에게 체화된 노하우와 직감, 감각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쓸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자기만의 길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사람을 ‘뛰어나다, 남들과는 다르다’고 한다.
나는 전문가라는 프레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전에 프레임워크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이다. 뭔가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절대 급한 것은 절대 없다. 나를 잘 어르고 달래서 내 호흡으로 진정성 있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2025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원포인트업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커리어 성장을 원하는 직장인이 살피면 좋을 키워드인데 ‘아주 작은 한가지의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것은 대기업부터 직무 위주 채용, 스킬 중심 채용, 컬쳐핏 채용 등이 유행하면서 획일화된 스펙이 아닌 '나만의 스펙'을 보여줘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포인트업은 외부 기준보다 내적 경쟁을 말하며 다음과 같은 실천 방법을 말한다.
1. 나만의 기준 세우기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는 목표를 세워라
2.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하루에 1%씩이라도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으로 소소한 변화를 시도해라
3. 자신의 성장 점검하기
주기적으로 자신의 발전 상황을 점검하며 자신에게 "내가 어제보다 나아진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4. 비교 대신 영감을 주는 목표 설정하기
남과 비교하지 않고 "3개월 후 책 10권 읽기"같은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자신의 작은 성공 경험을 위한 목표를 세워라
5. 성공의 정의 재설정하기
자신의 삶에 있어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재정립하라
6. 주기적인 자기성찰 시간 가지기
매주 혹은 매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개선할 점을 찾아라
7. 미니 셀프 챌린지 실천하기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 5분 일찍 일어나기나 하루 10분 걷기와 같은 성취감을 쌓는 미니 챌린지를 실천해라
8. 기록을 통해 성장 추적하기
하루의 목표와 성과를 기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반드시 확인해라
9. 외부 평가에서 벗어나는 연습
타인의 기대나 외부의 평가,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면에서 찾는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연습을 해보라
10. 나만의 루틴을 꾸준하게 유지하기
자신만의 성장루틴을 꾸준하게 유지하여 내적 경쟁의 강도를 유지하라
또한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나다운 삶'을 위한 레퍼런스를 만드는 10가지 단계다.
위의 3C4P가 어렵다면 이것부터 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이건 진단이나 평가라기 보다는 자기이해와 존중의 노력에 가깝기 때문에 보다 솔직해지길 바란다.
1. 나의 가치관 정립하기
: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하여, 선택과 방향성을 뚜렷하게 합니다.
2.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 비슷한 경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데 참고합니다.
3. 롤모델보다는 나만의 경험 쌓기
: 특정 인물을 롤모델로 삼기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탐색하여,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합니다.
4. 다양한 콘텐츠 경험하기
: 책,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여러 사람의 삶을 접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갑니다.
5. 자신만의 성장 일기 쓰기
: 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을 돌아보며,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을 레퍼런스로 삼습니다.
6. 실패 경험도 레퍼런스로 활용하기
: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배우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습니다.
7. 자신을 발견하는 리추얼 만들기
: 산책, 명상, 아침 일기 등 일상적인 리추얼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더 나은 레퍼런스를 찾습니다.
8. 정기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 나누기
: 다양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타인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고, 나만의 길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받습니다.
9.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한 자기 탐색
: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탐색합니다.
10. 나만의 스토리와 레퍼런스 만들기
: 기존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기록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갑니다.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레퍼런스를 구축합니다.
중요한 것은 가치기준을 내 안으로 점점 가져오는 것이다. 나 역시 근 4년간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며 나 스스로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레퍼런스를 빽빽히 갖고 있다. 선택을 할 때 선택을 한 이유를 쓰고, 후에 그 선택을 후회하는지 후회하지 않는지도 써왔다.
이런 기록들은 가지고 있기만 해도 그 자체로 가치관이 되고 나 자신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성공 공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라. 운동을 하건 공부를 하건 어떤 일을 하든지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독특하고 쉬워보이는 길을 내 길이라고 따라가기만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챌린지가 아닌 꾸준한 체질의 개선의 문제다.
나 역시 내가 공부한 것과 관찰하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길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중이고, 이 글은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이게 너의 방법이다, 이게 너의 길이다라고 말하는 글도 아니다. 오히려 읽는 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아주 귀찮은 글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며, 글을 앉은 자리에서 쭉 보기보다는 글을 보는 중간 중간 자꾸만 나에게 있는 다른 걸 들여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사실 어떤 길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우리는 어떤 길 위에 있다. 그러니 존재하여 무언가를 보고 또 느끼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분명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런 게 있나 싶고 정말 없는 것 같아도 이 글이 당신에게 있다.
이 글을 선택해 이 문장까지 오신 분들은 내가 궁금하거나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을거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에는 이런 욕구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하고 싶고, 내가 있는 곳과 가야할 곳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자기를 더 사랑하고 싶고, 자기의 그라운드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욕구가 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욕구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한다.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방법 역시 욕구의 수만큼 많을 거다. 혹시 내게 지금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어쩌면 내가 내 욕구를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내가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그것은 내가 어떤 길도 돌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있는 길을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건 다른 길을 기웃거릴 때라는 뜻이 아니라 이 길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도록 더 나아가야 하고 더 많이 감각할 때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근데 '왜 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나?' 이 물음은 끝나지 않았다.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그게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 역시 내 생활에 일이 지독하게 얽혀도 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되는 문제다.
예컨대 이전 세대에게는 선택이 아니었던 결혼이 지금 세대에게는 완전히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결혼을 하는 건 쉽지만 [잘] 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와 어느 날 대화를 하다가 "왜 그렇게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해 놓고 헤어지는 걸까?"를 토론한 적이 있었다. 정말 왜 헤어질까 그걸 짚고 짚다 보니 '사랑이 부족해서'로 시작했던 대화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결론으로 갔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결혼이 뭔지를 모르고 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해서.
결혼은 두 사람이 지독하게 얽혀서 살아가는 생활인데 '결혼식' 정도를 결혼으로 생각했거나, 내가 정말 결혼을 하고 싶은지 결혼이 맞는 사람인지, 또 내가 원하는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라는 형태가 맞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 것 아닐까 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과연 "결혼을 한다"는 말 앞에 이런 고민들이 놓여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요즘은 그걸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 흘러들어온지 모르겠는 단어가 삶에 숙제처럼 놓일 때만큼 공허하고 부담스러울 때가 없는 것 같다. 그런 건 빠르게 해치워도 계속해서 미뤄도 불만족스럽다. 그래서 나는 단어가 인간의 삶보다 먼저 놓이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강박이 선택을 앞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단어 중 하나가 '결혼' 이었고, '전문가'라는 단어 역시 그렇다.
이 생각을 그대로 '전문가'라는 단어에도 가져온다. 결혼을 '잘' 하겠다는 것에는 어쩌면 이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사랑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다. 나는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깨뜨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람과 관계, 맥락에 따라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을 수는 있어도 적어도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뭐든 잘한다.
그리고 '잘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랑은 본능이지만 사랑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지금은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사랑하게 태어나 있다. 내가 아는 어떤 것을 사랑할 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일을 사랑하는 수도 있다. 그중에서 어떤 사랑을 내가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어떻게 계속해나갈 것인지 언젠가는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고, 나에게 나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사실은 나나 가족을 더 사랑해서 일을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 결혼을 안 해도 되는 것처럼 전문가가 안되어도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내가 강박적으로 따르거나 갖고 있거나 담고 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게 알고 보여줘야 한다. 일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일에 대한 내 사랑은 이렇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보여줘야 한다. 처음에는 '전문가'라는 단어에 기대더라도 결국 어느 순간에는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라는 말은 결실이 아니다. 시작이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그래서 결혼식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나의 생활에서 살아가는 내내 묵묵히 지켜나가야 하는 약속이다. 이건 어려운 일이다. 내 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기 전에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그 질문에 답을 해보시길 바란다.
나를 위해서 일을 어떤 관점 태도로 대하는 게 장기적으로 나에게 유익할까?
그 답이 전문가일지, 내 일은 나의 욕구와 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10가지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보시기를 바란다.
내 일은 정말로 나의 것인가? (소유권)
내 일을 분명하게 보고 있는가? (명료성)
내 일을 이루는 데 내 통제권 안의 요소들에 의존하는가? (현실성)
내 일은 내가 움직이게 하는가? (열정)
내 일과 꿈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전략이 있는가? (전략)
내 일과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었는가? (관계)
내 일을 위해 기꺼이 대가를 치르겠는가? (희생)
내 일과 꿈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가? (의지)
나는 내 일과 꿈에 나아가면서 만족을 얻는가? (성취)
내 일과 꿈은 타인을 이롭게 하는가? (가치)
질문에 답을 했다면 답한 대로 아직 빈칸이라면 빈칸인 채로 남겨두어도 좋다. 앞으로 함께 풀어보아도 좋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답을 적어내는 데 있어 아래의 약속을 지켜주면 좋겠다.
첫째, 자신을 자주, 멀리서 들여봐 주세요
(내면 아이와 욕구, 경험을 들여다보기, 갓난아이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주기)
둘째, 자신에 대해 기록하며 깊이 들여봐 주세요
(의무와 같은 마음보다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다가선다는 느낌으로 우울하거나 답답할수록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주며 더 깊고 길게 기록하기)
셋째, 답하는 와중에도 나를 위한 행위를 해주세요.
(자신을 믿고 기다려 주기, 자신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답한 것에 충분히 존중하고 칭찬해 주기)
굳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자면 사람의 사고는 95%가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언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는 것은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무의식화된 자기 행동 95%가 정확한 표현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5% 이상을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남들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렇기에 위의 10가지 질문에 답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중요한 일이다. 질문에 답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것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생각해 대답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것도 적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적지 못하는 것 역시 나아가는 방법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사람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두고 나아가기도 한다.
나의 일이나 꿈은 나의 욕구를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걸 오래 가져갈 수도 없을뿐더러 나의 욕구를 속이는 일은 나에게 고통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나의 욕구를 알아가는 일은 학습된 언어의 한계, 사회적인 인정욕구와 낙인 등으로 무의식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언젠가 한 번이라도 ‘내가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 섞인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면 이제는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면 내 일로 나는 어떻게 나아가면 될까?’ 이 질문을 함께 하고 싶다.
내가 전문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되었으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 매주 월/수/금 연재합니다.
전문가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싶다면 구독 버튼 혹은 댓글로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