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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pr 04. 2023

고맙다고 해야 할까?

- 낚시가 취미인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학원 앞 카페에서 기다리지 않아서

길가에 차를 대고 웅크리고 있지 않아도 돼서


대신 너를 내려주고

벚꽃잎을 좇아 저수지를 몇 바퀴 돌기도 하고

단풍잎을 따라 최대한 천천히 호숫가를 거닐면서

나오는 한숨에 눈을 흘기기도 했지만


10대를 지나 스무 살이 넘어서도

휴일이면 물가에 너를 내려놓고

오늘처럼 카페에서 향긋한 시간을 낚을 수 있어서

너에게 잡혔던 수많은

배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초등학생 동생을 옆에 끼고 알려주는 네가 있어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덕분에 꽃 구경 단풍놀이 잘했다고

큰 아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네가 혼자 차를 몰고 낚시를 가게 되면

흰머리가 늘고 배가 더 나온 아빠는

그때가 좋았다고 그래서

서운하다고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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