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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n 26. 2023

내 과거를 다시 사는 사람,너의 미래를 먼저 사는 사람

- <나는 왜 소통이 어려운가>를 읽으며

  자신의 과거를 다시 사는 사람과 타인의 미래를 먼저 사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이고, 그 차이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자기 자신과 상대를 모두 모르는 사람은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도, 감정도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의 체험이 과거의 재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에게 있어 현재의 하루는 마치 과거의 영상을 다시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사회적으로는 살아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

  - 가토 다이조, <나는 왜 소통이 어려운가> 중에서



  

  지금 읽고 있는 <나는 왜 소통이 어려운가>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반복하는 사람'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의 영광이나 상처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상대를 모두 모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내면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타인에 대한 과잉 의존, 과잉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남이 하는 말을 흘려듣지 못하고 그것에 집착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예전 자기 경험에 비추어 섣부르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기 위해서 가토 다이조는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다르게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걸맞게 말씨와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살을 조금만 더 빼면 좋겠는데요"라는 같은 말도 친한 직장 동료가 한 말과 미용실의 미용사가 한 말을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심리적 거리에 감각이 없는 사람은 두 사람의 말에 똑같은 반응할 수 있다. 무례하다고 화를 내거나, 앙심을 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타인이면 누구나 똑같은 타인이지 다양한 타인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획일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반대로 자신의 과거 경험보다는 지금 앞에 있는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를 기준으로 타인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소통을 잘할 수 있다. 친한 동료에게는 "살을 더 빼면 스타일이 살겠죠.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응답하고, 미용사에게는 "그렇죠?" 하고 흘려 듣고 잊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같은 학교 선생님들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고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동료성을 만드는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언을 듣고 만족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때로는 상대방이 건성으로 듣는 것 같아 실망한 적도 있었다.

  이 역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인 것 같다. 타인과의 소통에서 자기 노출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노출의 정도도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공감을 받고 적절한 조언을 얻었던 과거의 경험이 높은 벽이 되어 타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우리는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잘 안다고 여긴다. 나도 가족을 대할 때 과거의 경험을 불러와서 쉽게 판단하고 바로 반응하려고 했다. 그래서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의 소모가 많았다. 동료 교사나 아이들과 소통할 때도 예전에 만났던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떠올리고 비슷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나의 과거를 먼저 보았지, 나와 관계를 맺으며 달라질 수 있는 우리의 미래를 보려 하지 않았다.


  박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에는 '타인의 미래를 먼저 사는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정겹고 애잔하지만 따뜻하다.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소통을 잘하는 길인 것을 다시 느꼈다.

  박준 시인은 시 '쑥국'에서 아버지의 미래를 먼저 살려고 노력한다. 대화가 없어도 정말 아름다운 소통이다. 장마가 시작된 오늘, 함께 장마를 보며 타인의 미래를 먼저 살아봐도 참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세상이 많이 평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나이 들어 말이 어눌해진

아버지가 쑥을 뜯으러 가는 동안


나는 저녁으로

쑥과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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