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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현 Dec 10. 2021

23) 우리 집 새 가족, 나지와 바미

- 강릉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2부)

 강릉에서 지낸 지 4개월이 지난 어느 여름날, 새미가 소파에 반쯤 누운 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폰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길래 “무얼 그리 열심히 보는 거야?”라고 묻자 새미는 내게 휴대폰을 내밀며 강릉맘 카페에 올라온 고양이 입양 글을 보여줬다.


 예전에 둘이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어떤 종류가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나는 개를 선호했고 새미는 고양이였다. 개를 키우고 싶은 이유는, 단순했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기 때문이었다. 동물원에서 온 복서라는 중대형 견종이었는데, 덩치가 커서 쓰다듬기 좋았다. 성격도 온순해 밤늦게 술 마시고 와서 만지작만지작 치근덕거려도 혀만 날름 내밀뿐 귀찮아하지 않았다. 듬직했다. 그 때문인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강아지, 그것도 중대형 크기의 개와 함께 살고 싶었다. 반면에 새미는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경우 반가워하거나 호감의 표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개와 달리, 다가오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조금씩 교감하며 맞춰나갈 수 있으니까. 거기다 이리저리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엉뚱함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한다. 


 나는 어느 쪽이든 괜찮았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어 친숙하다 뿐이지, 사실 둘 다 좋아했다. 반려동물을 집안 식구로 들인다면 새미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를 생각이었다. 아마 고양이겠지. 다만 반려동물을 들이는 건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 사료 값, 중성화 수술, 고양이 용품에 필요한 비용 문제가 존재했다. 게다가 우리가 맞벌이로 일하기 때문에 낮에는 집을 비운다는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매일 9~10시간을 고양이 혼자 집에서 지내야 하는데, 과연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좀처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로부터 두 달 후, 그날도 새미는 소파에 반쯤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퇴근 후 그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입양 글을 열심히 눈팅하는구나’ 하고 가볍게 넘겼더랬다. 그런데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내게로 새미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작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우리 고양이 키우면 안 될까?!” 


 10월 중순,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생후 한 두 달로 보이는 삼색 고양이 두 마리가 박스 안에 남겨진 채 버려졌다 한다. 마침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어느 부부가 이틀 정도 지켜보다가 아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집 안에는 이미 성묘 두 마리가 살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존 고양이들은 영역을 침범한 아기 고양이 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툭툭 건드리고, 걸핏하면 하악질로 위협하면서 구석으로 쫓아냈다. 그들도 집 안에 새로운 고양이가 오다 보니,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할 수 없이 따로 방을 마련해 분리시켜야만 했다. 그리고는 맘카페에 입양 글을 올리며 누군가 데려가 줄 사람을 찾았다.


 새미가 본 글이 바로 그 게시물이었다.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사연에 안타까워하면서, 한편으로는 '둘이라면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단다. 실제로 두 마리가 생활하는 편이 고양이한테 좋다는 말도 많았다. 그래서 내게 묻기도 전에 곧바로 댓글을 달아 연락했다고. 그래, 그전부터 새미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막상 입양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보다 충격이 적었다. 어쩌면 새미가 입양 글을 즐겨 읽을 때부터, 나 혼자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알고 보니 아기 고양이 둘은 자매였다. 체구로 미루어 보아 생후 1개월 정도 같았는데, 병원 진단 결과 생후 2개월째라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원체 굶다 보니 몸이 제때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미는 자기 사연인 마냥 가슴 아파했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고양이를 들여오기에 앞서 10가지 자문자답 형식의 내용을 적어 임보 분께  보냈다.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을 때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고양이 알러지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괜찮으나 나중에 아기한테 알러지가 있을 경우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매달 들어가는 사료비, 모래 등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등의 내용을 조목조목 적어 나갔다. 답장이 왔다. 입양하길 희망하는 사람이 또 있었지만, 진심이 통했는지 둘 다 우리에게 입양보내겠다고 연락 주셨다. 다행이었다!


 입양 당일, 춘천에서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곧바로 강릉으로 차를 몰았다. 입양받는 집에 도착하자 두 분께서는 기다렸다는 듯 맞이해주셨다. 그리고는 방 안에서 지내는 아기 고양이한테까지 안내해주셨다. ‘아이고~ 조그만해라~ 앞으로 너희랑 같이 살 집사들이야 잘 부탁해~'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한동안 아기 고양이를 지켜보는데 남자분께서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혹시 이름은 정하셨나요?!”

 “아, 이름요? 네, 나지랑 바미로 정했습니다. 얼굴에 밝은 색깔이 많은 아이가 나지, 검은 부분이 많은 아이가 바미로 말이지요. 낮과 밤입니다.”

 “그렇군요. 저희 집에서는 하도 장난을 많이 쳐서 복면과 두목이었는데 말이지요."


 두 분은 아이들한테 먹일 사료 외에도 이동장, 스크래처, 화장실을 챙겨주셨다. 그 외 고양이 키우는 데 필요한 급수, 사료 배분 방식 등 간단한 팁도 조언받았다. 우리 둘 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 거라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는데,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이들 걱정하시지 않도록 틈틈이 소식을 올리겠다고 말하면서 집을 나왔다.


 집에 도착한 후 아이들을 태운 이동장을 거실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는 아이들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살짝 문을 열었다. 한동안 나가지 않고 가만히 있던 나지가 앞발로 문을 밀치며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은 경계하면서, 한 편으로는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한 발 한 발 집 안을 살폈다. ‘궁금했구나? 너네도 앞으로 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었지? 맘껏 돌아다니렴. 여긴 너희 집이니까.’ 둘에서 넷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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