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진짜 유능한 사람만 필요한 걸까?
얼마 전 믿고 따르던 부장님의 청천벽력 같은 퇴사 소식을 접했다. 평소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셨고 나이와 세대차이가 있었음에도 항상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주시던 분이셨다. 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맡은 바 열심히 일처리를 하셨던 분이다. 참 이상했다. 부하 직원인 내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열정적이고 열심히 일하시던 모습이었는데 되려 회사 내에서는 평이 갈렸다.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영 실속이 없어."라던가, "일처리가 너무 단순하고 직선적이라 누락되는 부분이 많다."라는 등 온갖 구설수에도 많이 시달렸다.
능력 있는 리더들의 장점을 여럿 꼽다 보면 '장기적 안목에서의 중기 비전과 전략의 요소성', '철저한 자기 관리의 필수성', '높은 상사와의 원만한 관계와 그 정립'등 다양한 요소들이 항상 입에 오르내리는데 신기하게도 능력 있고 성숙한 리더라 하더라도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펼쳐 만든 소설 커뮤니티에서 살아서 승자가 된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달 정도 전이었을까. 부장님의 얼굴에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연세가 꽤 있으신 편이셨지만 농담도 이따금씩 하셨으며 위트도 제법 있으신 분인데 이상했다. 같은 소속은 아니었지만 이따금씩 교육을 함께 들으러 가게 되면 '짝꿍 왔습니다 부장님!'이라 너스레를 떨며 옆에 앉아 교육을 함께 듣기도 했다. 물론 모든 면에서 장점만 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서툰 면도 있었고, 노력은 하시나 빠른 업무처리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일처리가 느리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상하 관계 나이 등을 고려하지 않고도 고개 숙이며 질문을 던져 갈증을 해소하시는 등 '노력파 리더'에 가까웠다.
하루는 직속 팀장님께 크게 혼이 났던 일이 있다. 납득된 상황이 아니었던 탓에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너무 속상해서 한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휴게실에 머물러 서성이며 커피만 홀짝였다. 퍽 좋은 경치도 아니어서 눈앞에 보이는 고층 빌딩만 멍하니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을 무렵 부장님께서 우연히 지나가다 옆자리에 앉으시며 한 마디를 건네셨다.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 크게 혼난 모양이구먼. 회사 생활이라는 게 그래.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의도가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경우는 사소한 오해에서 불거져 관계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하지.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30년의 사회생활을 도와줄 수도 있으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추스르도록 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멀뚱멀뚱 쳐다보자, 어깨를 톡 치더니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다 휴게실을 떠나셨다. 그 이후로 한참이나 더 앉아서 멍하니 생각들을 정리했고 뭐가 잘못됐는지, 내가 무엇보다 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를 고민하다 기운을 차리고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그런 그가 사직서를 냈다. 긴 휴가가 잡혀 휴가 계획을 세우고 다녀올 동안 말릴 틈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느덧 마지막 날 출근이라는 이야기를 하루 전 날 전해 들었다.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기 위해 번호까지 눌렀다가 손을 뗐다. 파르르 불빛을 내비치는 스마트폰 위에서 손이 허공을 젓듯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전원을 껐다. 스스로 생각하고 정립할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어 휴식기가 지난 후 전화를 해야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그가 사직서를 낼 무렵 이사회에서는 큰 제지 없이 알겠다며 퇴직서를 수령했다고 했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졌던 탓도 있었겠지만 대체자로 짚어 둔 인물이 이미 입사를 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했기에 아쉬움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 아무리 유능한 리더라 판단되었던 이도 어찌 보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톱니바퀴와 같은 부속품에 불과하고 때로는 그보다 못한 소모성 부품에 지나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실패한 리더의 자질과 성공할 리더의 자질을 여럿 갖추고 있었다. 그의 아래 직원으로는 외국 대학 출신의 빼어난 직원들이 있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 처리능력에 있어 부족함이 없는 팀원을 두루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느린 업무처리와 무엇보다 리더로서 늦은 실행력 및 결단력의 부족으로 아래 직원들과의 사소한 트러블이 있었다.
한편 다소 내향적인 성격에 좁은 관계 형성의 문제점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집단을 형성하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관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1차 리더 그룹에 들어가지 못(안)했던 것도 근간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 기업의 CEO 중에는 종종 끊임없이 세간의 집중을 요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이 있고 소위 정치질을 시행함으로써 내 외부적으로 지나치게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호감 관계의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내 인간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과감하게 쳐내는 경향도 있다.
리더들은 서로 유사하면서도 매우 다른 경향을 가지고 있다. 파워풀한 업무 추진력을 가지고 있고, 모든 이들을 이끌고 한 번에 이끌고 나가는 유형도 있는 반면 모든 이들과 유하고 순하게 대인관계를 이끌며 나가는 리더의 모습도 있다. 리더 혹은 직원이라 할 지라도 자신이 지향하는 부분과 같지 않는 기업에서는 때론 유능한 재능을 썩히는 경우로 변질된다.
현시대의 리더는 우리가 소위 생각하는 전형적인 리더와는 조금 다르다. 과거 탁월한 안목에 자기 경험이 어우러져 성공의 경험을 토대로 한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허나 현재의 트렌드는 신선함과 관계의 지속에서 변형된 수평적인 리더십이 각광받는 시대다. 실예로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를 발표하면서 경영성과를 낸 데다 성장 잠재력까지 갖춘 젊은 리더들을 전무로 승진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국내 사례와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으나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싱크탱크 팀장 프라나브 미스트리 전무의 경우 고작 39세의 나이로 전무 자리에 올랐다.
더불어 미스트리 전무와 동갑내기인 경영지원실 기획팀 소속 마티유 아포테커 상무도 5G, AI 등 신기술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잠재기업 인수합병에 나섰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된 사례가 있듯 현시대의 리더는 한국적 사자성어 '온고지신'과는 달리, 이제 많은 변화가 필요한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새로운 것이 혁신 적으로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모든 것을 방증해주지는 않지만 나이의 견식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와 그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이에 따라 단계적 높은 직위를 밟은 인물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과 전략 등을 다년간 이뤄냄으로써 조직과 내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젊은 이들은 빠른 문화에 익숙한데 반해 조금 더 숲을 보는 전략적인 경영과 방침으로 젊은이들을 이끌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리더의 자질은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단위에서 특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소통을 중요시하고 평화로운 단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선호했던 '부장'님의 사례와 같은 경우도 있을 것이며, 당장의 불만은 넘어가더라도 성과적인 측면의 결과물이 더 중요하게 생각해 막무가내로 팀을 이끌고 가는 무대포식 리더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각각 성향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를 뿐.
리더로서의 삶을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 꿈과 이상은 어쩌면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건대, 지향점은 포용하고 식견을 키워 날카롭게 일처리를 하는 타입의 리더로서의 삶이다.
좋은 리더의 조건은 무엇이고, 과연 내가 상사로서 두고 싶은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