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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31. 2018

4. 고기를 안 먹는데 단백질은 어떻게 얻어?

채식이라면 일단 떠오르는 생각이 ‘그럼, 단백질은?’이다.


‘고기에는 단백질’이, ‘우유에는 칼슘’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등식에 갇혀 채소와 콩, 곡물, 씨앗, 견과류 같은 식물성 식품도 단백질을 가진다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고기나 생선, 알, 우유에서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은 영양과잉 시대의 미신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몬드를 먹으며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아몬드 반 컵에는 단백질 15g(몸무게 60kg 기준, 하루 권장 단백질량의 약 30%)이 들어 있다.

 

아마도 만족스러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종종 회자하는 예가 초식 동물이다.





“말, 소, 기린, 코끼리는 덩치가 크고 근육질이지만 육식하지 않는다. 이 동물들이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은 나뭇잎과 풀이나 열매 먹기다. 그러니까 소고기 단백질은 소가 풀을 먹고 만든 것이다.”

<Cowspiracy> 제작진의 두 번째 기록영화 <What TheHealth>(2017)




와! 명쾌하다. 그럼 어떻게 먹으면 고기 없이 하루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을까?

남편과 나는 일주일 동안 검은콩, 강낭콩, 렌즈콩, 병아리콩을 돌아가면서 익혀 먹고, 퀴노아, 해바라기 씨, 아마 씨 등 각종 씨앗과 견과에 땅콩버터, 곡물 빵, 현미밥, 두부, 두유, 스피룰리나 가루, 밀싹 가루, 보리싹 가루와 온갖 채소를 골고루 먹으며 단백질을 섭취한다.


계산기를 꺼내서 조금 더 그럴듯하게 살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하루 단백질량은 몸무게 1kg당 0.8g이라고 한다. 채식할 때는 조금 다른데, 식물성 단백질의 소화 특성을 따져서 1kg당 0.9g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60kg인 채식주의자의 단백질 권장량은 54g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단백질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인다.


채식 식품의 단백질 함량은 다음과 같다.


렌즈콩                 1컵        18g

익힌 콩류             1컵        15g (검은콩, 강낭콩, 병아리콩, 리마콩)

두부                    1/3모     10g

베이글                 1개        10g

퀴노아                 1컵          8g

땅콩버터              2숟가락   8g

스파게티              1컵          8g

두유                     1컵         7g

통밀 식빵             2개         7g

오트밀(귀리죽)    1컵         6g

해바라기씨          1/4컵      6g

캐슈넛                 1/4컵      5g

현미밥                  1컵         5g

익힌 시금치          1컵         5g

익힌 브로콜리       1컵         4g

아몬드                2숟가락   4g

구운 감자             1개         3g


*‘The Vegetarian Resource Group’ http://www.vrg.org/nutrition/protein.php 홈페이지 참고

*두부나 두유, 빵 등 공장에서 만든 음식은 제품에 따라 함유량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땅콩버터를 바른 통밀 식빵 두 조각에 두유 한 잔을 마시고, 간단하게 요리한 스파게티 혹은 콩과 브로콜리를 넣은 카레를 점심으로 먹고, 견과류나 씨앗, 구운 감자를 간식으로 한 뒤에 저녁에는 현미밥에 시금치나물과 두부 된장국을 먹었다면 하루 단백질 권장량을 섭취하게 된다.




사실 단백질보다 칼슘을 적절히 섭취하는 게 좀 더 까다롭다.

19-50 성인 기준으로 하루 칼슘 섭취 권장량은 800mg이며, 식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칼슘양은 다음과 같다.


익힌 시금치         1컵        240mg   

익힌 배추             1컵        150mg

케일                    1컵        100mg

익힌 케일             1컵        90mg

익힌 브로콜리      1컵        62mg

샐러리                 1컵        40mg

템페*                  1컵        184mg

오트밀                 1컵        180mg

두부                    100g     150mg

삶은 검은콩         1컵        100mg

삶은 병아리콩      1컵        80mg

아몬드                 1/4컵     94mg

말린 무화과         6개        82mg

깨                       1숟가락  80mg

타히니(참깨 반죽) 2T      128mg

베이글                 1           20mg

현미밥                 1컵        20mg

칼슘 강화 두유     1컵        300mg


*미국 농무부 자료(USDA Nutrient Database)를 기초로 한 ‘위키피디아’와 ‘The Vegetarian Resource Group’을(http://www.vrg.org/nutrition/calcium.php) 참고했다.

*템페는 삶은 대두를 발효한 인도네시아 음식으로 튀기거나 볶음 요리에 쓰며, 양념에 절였다가 지져 먹을 수도 있다.



집에서 먹는 음식들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칼슘을 섭취하는지 하루 권장 섭취량에 대한 백분율로 따져보았다. 위 칼슘양 표와 위키피디아를 참고한 대략적인 백분율이다.


오트밀 한 그릇과 샐러리 두세 줄기 20%

시금치-두부 된장국과 현미밥 15%

병아리콩-시금치 카레 15%

두부-브로콜리 조림 한 컵 15%

바나나-케일 스무디 한 컵 15%

짙은 녹색 잎채소 한 컵 10-20% 함유(케일, 배추, 무청, 청경채, 시금치)

아몬드 버터 바른 베이글 10%

아몬드 한 줌과 두유 한 컵 10%

칼슘 강화 두유 한 컵 15~30%


아무리 칼슘과 단백질이 많다고 해도 채소를 좋아하지 않으면 많은 양을 먹는 일이 쉽지 않다. 잎채소는 다듬고 씻는데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칼슘을 잘 섭취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땐 보조 식품이나 영양제를 이용할 수 있다. 공장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첨가물을 넣어 변형된 식품은 자연에서 갓 거둬들인 음식만 못할 테다. 그래도 식품 보조제의 편리함을 거부하긴 쉽지 않다. 영양제에 익숙하지 않다면 칼슘 강화 두유로 대신해 본다. 이 두유 한 컵이면 제품에 따라 하루 권장량의 15~30%쯤을 가뿐히 섭취할 수 있다.




채식에 따라오는 흔한 궁금증이 몇 가지 더 있다.


채식으로 얻기 힘들다는 비타민 B12는?

비타민 B12를 함유한 음식으로 스피룰리나를 포함한 해조류가 추천된다. 하지만 정말 우리 몸에서 효능을 발휘하는지에 논란이 있다. 해조류를 믿을 수 없다면 영양제로 대신한다. 채식주의자에게 권고되는 B12 비타민제는 미생물에서 얻어 만든다고 한다. 이는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이 비타민 B12를 얻는 방법과 같다.

http://veganhealth.org/b12/vegansources

https://www.vegansociety.com/resources/nutrition-and-health/nutrients/vitamin-b12/what-every-vegan-should-know-about-vitamin-b12


채식하면 힘이 없다?

레오나르도다 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 영화배우 리버/호아퀸 피닉스 형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엘렌 쇼의 엘렌 드제너러스, 남편이 좋아하는 엘렌 페이지, 내가 좋아하는 제이슨 므라즈는 모두 완전 채식주의자로 알려졌다. 비교적 근래에 비건이 되었다는 스티비 원더도 있고, 내가 관심이 없어서 이름은 잘 모르지만 유명한 보디빌더를 비롯한 운동선수도 많다.

“vegan athletes”나 “vegan muscle”이라고 구글링 하고, 이미지 탭을 클릭하면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채식주의자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채식 때문에 생긴 병이다?

“네가 갑상샘에 이상이 생긴 이유는 그 채식 때문일지도 몰라”. 실제로 몇몇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다.

<What The Health>에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한 의사가 이렇게 되물었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갑상샘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사람 식습관 때문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나요?”

어쩌다가 우리는 채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포를 가지게 된 걸까? 어떤 병이 채식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고기와 채소를 골고루 먹는 사람들도 같은 병에 걸리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한편, 나를 담당했던 의사는 내 증상을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진 질환으로 진단했고, 나는 얼마간 처방 약을 먹고 나았다.


채식은 건강식이다?

채식주의자들은 채소, 버섯, 콩, 곡물, 해조류, 견과류, 과일 등 먹을 게 많지만, 그밖에 이런 것들도 먹는다. 피자, 햄버거, 초밥, 부리또, 타코, 햄, 소시지, 치즈, 버터, 케이크, 도넛, 아이스크림… 믿을 수 없다면 “vegan foods”나 “What vegans eat?”으로 다시 이미지 구글링을! 푸르딩딩하고 밋밋할 것 같은 채식에 대한 편견을 깰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



*위 문답은 개인 경험과 <Cowspiracy>, <What The Health> 두 기록영화 내용을 바탕으로 하며, 자세한 정보는 해당 영화 홈페이지 Facts 탭에서 공개하는 출처를 참고한다.  

http://www.cowspiracy.com/

https://www.whatthehealthfilm.com/



요즘 들어 우유 산업이 고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서유럽과 미국에서는 젖소 숫자가 꾸준히 줄고 있으며, 유서 깊은 낙농장이 문을 닫고 견과류나 콩, 곡물을 이용한 가짜 우유를 만드는 공장으로 새롭게 여는 사례도 있다.* 단백질과 칼슘의 보고이자 완전식품의 대표 명사였던 우유의 아성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산업계 내부에서 일어난 바람이 아니다. 항생제나 호르몬제 사용, 대기 및 지하수 오염, 동물 복지 문제에 관심이 생긴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변화다.


소비자의 변심은 우유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 내 피자헛에서는 2016년 말부터 모든 피자를 비건 치즈로 바꿔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올해 초부터 호주 내 도미노피자에서도 비건 치즈를 얹은 몇 가지 피자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 피자헛에서도 비건 피자를 팔아달라는 소비자들의 청원 운동이 2018년 1월 현재 진행 중이다.*


http://www.heraldscotland.com/news/15826840.The_death_of_dairy/

http://www.onegreenplanet.org/news/organic-milk-losing-to-vegan-alternatives/

http://www.onegreenplanet.org/news/tell-pizza-hut-to-offer-vegan-cheese-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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