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래분수 Jan 08. 2022

채소 카레

맛있는 비거뉴어리 day7

오늘 본 <알릴레오 북's 51회> 편에서 유시민 작가는 사회보장제도(국민연금, 건강보험 등)가 강제성을 띠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알릴레오 북's 51회> 01:06:30


(인간은) 미래에 생길 불운을 과소평가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재를 중시하고 미래를 가볍게 여긴다.
하물며 기후 위기야 말할 것도 없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이런 내용의 글귀를 읽었다.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시간과 물에 대하여>, 노승영 옮김, 북하우스, 90~91쪽.)


'산성화, 해빙, 온난화, 상승' 같은 단어는
'침략, 화재, 중독'처럼 의미 있는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다.
매체를 통해 이런 단어를 접해도
어쩐지 우리는 동요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



남편과 나도 그랬다. 양치하고 설거지할 때 물 좀 아끼고, 분리수거로 일주일치 양심을 정리했다. 그 외에 뭘 할 수 있는지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알면 귀찮아질 거란 직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계기는 <카우스피러시 Cowspiracy>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이 영화는 대량 축산업과 낙농업의 환경 영향, 정치적 로비 활동과 여기에 연루된 환경단체를 다뤘다. 또, 이 세계는 모두가 먹을 만큼 식량을 생산하지만 상당 부분은 가축을 키우는데 쓰기 때문에 기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문제는 분명해 보였다. 동물성 식품 섭취 줄이기. 그래서 우리는 장 볼 때 동물성 식품을 사지 않기로 했다.


그날 그 결심 뒤 우리 집 부엌은 생선, 고기, 달걀, 우유, 치즈가 없는 공간이 되었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p.23.





어제 밥을 해놓았더니 세상 편하다. 밥이 있으면 국이나 찌개, 카레, 토르티야 랩, 볶음밥 등 곁들여 먹을 게 많다. 오늘 점심에는 인도식 카레에 밥을 비벼 먹었다.



카레 만들기는 간단하다.

- 익는데 오래 걸리는 재료부터 삶다가 카레 소스 넣으면 끝.

- 재료는 아무 채소나 괜찮다. 마늘/양파/감자/당근/가지/버섯/브로콜리/토마토/줄기콩/시금치/오크라/무 등등. 물론 주재료를 한두 가지에 집중하면 그 맛을 살릴 수 있어 더 좋다. 감자+콜리플라워, 토마토+오크라, 시금치+토마토, 버섯+캐슈너트 조합처럼.

- 여기에 원하면 두부나 콩류를 넣는다. 검은콩/강낭콩/병아리콩 등 굵은 콩류는 미리 불려야 하지만, 렌즈콩은 끓는 시간이 짧아서 바로 채소와 끓여도 좋다. 혹시 익혀 놓은 콩이 있다면 일은 더 쉬워진다.

- 걸쭉한 카레가 좋다면 물 양을 줄이고 채소 삶는 중간에 코코넛 우유를 넣는다. 코코넛크림이나 가루 코코넛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 또는 감자를 푹 익혀서 으깨 넣어도 걸쭉한 질감을 낼 수 있다.

- 그리고 마지막에 카레 가루나 카레 페이스트를 넣으면 끝!


남편의 향신료를 섞어 만든 카레 요리들


한동안은 인도 향신료를 직접 배합해서 카레를 만들었다. 남편이 십 년 전 스리랑카 여행 중 샀다는 온갖 가루가 있어 써야 했고, 쓰고 싶었다.

강황, 정향, 큐민, 계피, 회향, 고수, 카다멈, 호로파, 샤프론, 볶은 커리, 커리 잎 가루 등 없는 게 없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봐도 인도 식당에서 먹는 카레 맛은 내기 힘들다. 그나마 소금을 넉넉히 치거나 설탕을 써야 맛이 좀 날까. 카레 요리는 어렵다!


요즘은 시중에 파는 인도식이나 태국식, 말레이시아식 카레 페이스트를 사는 재미가 생겼다. 인공 첨가물 없이 식물성 천연 재료(마늘/생강/고추/샬롯/갈랑갈/라임/레몬그라스/소금/후추/큐민/고수 등 향신료)만으로 만든 제품이 꽤 있다.

한 번 쓸 분량이 4~6불 안팎이라 좀 비싼 감이 있지만, 식당에서 먹는 값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그래서 우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카레 페이스트를 주고받게 되었고, 2~3주에 한 번은 페이스트로 간편하게 카레 맛을 낸다.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빈달루 카레 페이스트 덕분에 외식 없이 맛있는 한 끼 완성!



완벽하지 않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소중한 채식. 망설임 없이 채식을 해보고 싶은 당신을 위한 .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훑어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일주일에 한 번은 한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