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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Nov 01. 2019

산상 사원 프놈바켕, 시엠립

화려했던 앙코르 제국


  시엠립을 방문하여 앙코르 유적지 방문 계획을 짜다보면 투어코스가 있다. 흔히 small tour와 big tour라고 말하는데 가이드나 툭툭 모두에게 통용된다. small tour는 하루 일정으로 앙코르왓, 앙코르톰, 왕궁, 코끼리테라스, 따프롬을 간다. 프놈바켕 사원은 앙코르왓과 앙코르톰 사이에 있지만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빠져있다. 하지만 프놈바켕 사원은 꼭 한번 가봐야 하는 곳이다. 이곳은 앙코르 제국의 첫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야소다라뿌라‘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앙코르 제국 초기의 수도는 룰로이스(시엠립에서 동쪽으로 10km 떨어져 있다)였다. 네 번째 왕인 야소바르만 1세(889~910)는 바켕산을 중심으로 새 도시를 건설하며 산 정상에 사원을 세운다. 프놈바켕 사원에 올라서면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켕산이 67m, 사원의 높이가 13m니 전체 높이는 80m 높이다. 주변에는 시엠립강이 흐른다. 이런 자연적 조건 때문에 바켕산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뒤 이곳을 중심으로 한 앙코르 제국의 수도는 600여 년간 지속된다.

  프놈바켕 사원에 오르는 길은 산길이다. 가벼운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오른다. 두 개의 산길 중 오른쪽 길이 빠르다. 사자상이 있는 길이다. 오르막이 좀 있기는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나에겐 별거 아니다. 빠르게 걸어 10여분 만에 정상에 오르니 사원 주변의 많은 건물의 잔해들이 눈에 띈다. 산 정상을 일부러 깎은 것 같지는 않은데 평평하고 무척 넓다.

난디상

  프놈바켕 사원은 대부분의 앙코르 사원과 마찬가지로 힌두 사원이다. 입구에는 난디상이 서있다. 아주머니 두 분이 제를 준비하는데 표정이 자못 근엄하다. 난디상은 그저 우직하게 앉아 있을 뿐이다. 난디는 힌두 신화 3대 신 중 하나인 쉬바신이 타고 다녔다는 암소다.

      


  사원 위로 올라가기 전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길이 없다. 사원의 부속 건물들은 거의 다 무너졌다. 흙벽돌의 일종인 라테라이트 벽돌로 만들어졌기에 더 그렇다. 무너진 붉은색의 라테라이트 벽돌을 지탱하고 있는 문틀이 애처롭다. 어디 가나 폐허의 모습을 보는 맘은 좋지 않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돌을 꿰맞춰 쌓아 보면 아름다운 건축물이 그려진다. 어떤 땐 혼자 상상하는 사원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무너진 부속 건물들

  사원을 오르는 계단 앞에서 보니 이곳이 산 정상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건축물이다. 사원 한 면 길이가 76m니 산 정상의 규모로서는 엄청 큰 것이다. 계단 양옆에는 층층이 사자상이 버티고 서서 이곳이 진정한 앙코르 제국의 수도라고 외치고 있다.  

프놈바켕 사원

  층층마다 서있는 사자와 탑들은 올라가는 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 계단이 가팔라 조심해서 오르라는 말처럼 들린다. 앙코르 제국 초기의 수도에서 오는 성스러운 느낌이 강해 오르는 한발 한 발이 조심스럽다.

층층의 사자와 탑들

  경사가 급한 계단은 인간이 정상에 오르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네발로 기어오른다. 사원 정상에 올라서서 허리를 펴고 사방을 보니 이곳을 왜 수도로 정했는지 알 것 같다. 사원 정상은 무척 넓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조망하기 좋다.

사원 정상에서 보이는 서 바라이

저 아래 멀리는 거대한 저수지 서 바라이(‘바라이‘는 저수지의 뜻)가 보이고 뒤편으로는 숲 속의 앙코르왓이 희미하게 보인다. 프놈바켕 사원은 초기 앙코르 수도의 사원으로서는 최적의 자리인 셈이다.      

   



  중앙성소탑을 호위하고 있는 사각의 탑은 모두 파괴되어 탑신만 남아있다. 중앙성소탑도 온전하진 않아 상륜부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탑신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은 그대로 살아있다. 상륜부가 그대로 있었다면 엄청난 높이의 탑이었을 것 같다. 탑신만으로도 그 모습이 상상이 간다.

중앙성소탑

  프놈바켕 사원은 서 바라이의 일몰로 유명하다. 그래서 오후 5시쯤이면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린다. 하지만 일몰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오르면 시야가 뻥 뚫리는 느낌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앙코르 유적 중에서 유일하게 산상에 위치한 사원이기 때문이다.     

빡세이참끄롱 사원

  프놈바켕 사원을 내려온 나는 걸어서 바로 옆의 빡세이참끄롱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 앞에서는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젊은 남녀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다. 먼길을 달렸을 그들이지만 한낮의 여유로움이 고즈넉이 서있는 사원과 잘 어울린다.



쁘라삿베이 사원

  쁘라삿베이 사원으로 걷는다. 바로 옆이 앙코르톰 해자다. 앙코르왓이나 앙코르톰을 눈앞에 두고 한두 시간만 짬을 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 이곳은 걸으며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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