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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도시 까엡, 까엡주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

by 김쫑

캄보디아 남부 해안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랑스보호국 시대부터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하다. 까엡, 껌뽓, 시아눅빌 이 세 도시는 남부 해안을 끼고 이어져 있어 함께 여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까엡과 껌뽓은 25km로 매우 가깝다. 까엡주는 원래 껌뽓주에 속해 있다가 2008년 분리되었으며 캄보디아의 24개 주 면적이 가장 작다.

프놈펜에서 까엡까지는 160km, 버스로 네 시간 걸린다.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기 때문에 가는 버스도 많다. 대부분의 버스는 까엡을 거쳐 껌뽓까지 간다.

까엡은 해변을 끼고 도시가 발달하여 일 년 내내 관광객이 찾아오는 휴양도시다. 까엡의 중심, 광장 앞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며 수영복을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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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엡 해변


캄보디아 남부 해안도시는 앙코르 제국의 도시 시엠립, 캄보디아의 젖줄 돈레삽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앙코르 유적을 보다가 이곳에 오면 문화충격에 빠진다. 해변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긴다. 8월의 태양이 뜨겁다. 우기철인데도 이곳은 다른 세상 같다.

까엡은 휴양지로서 유명하지만 도시가 작아 숙소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해변 중심가인 광장 주변은 무척 비싸다. 일박에 50달러도 여기서는 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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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엡 해변의 방갈로


인터넷으로 예약한 작은 리조트 숙소는 광장에서 떨어져 토끼섬이 보이는 해변에서 가까운 곳. 해변을 걸으며 보는 토끼섬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토끼섬 뒤로 아홉 개의 섬이 바다에 떠있다. 그중에서 유인도인 토끼섬을 배가 오간다. 평일 낮 선착장에는 사람이 없다. 배는 최소한 서너 명은 타야 출발하는데 기다려도 사람이 안 온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흥정을 했다. 두 시간 후에 돌아오는 거로 하고 25달러. (캄보디아에 살면서 나는 이제 이런 흥정에 익숙해졌다). 타자마자 구명조끼를 입었다. 배가 작아 작은 물살에도 물이 튄다. 토끼섬은 토끼 모양을 하고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크메르루즈 시대에는 섬을 방어할 목적으로 죄수들을 이곳에 보냈다고 한다. 현재 이 섬에는 7 가족이 살고 있다.

토끼섬은 2 km² 면적에 자연 생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섬이다. 물이 얕고 모래사장이 고운 바닷가를 걸으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일정이 있어 오래 머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섬 여행은 배를 타고 오고 가는 과정이 더 정겹다. 배에서 보는 풍경은 뭍에서 볼 때와는 다른 그림을 연출한다. 멍하니 해변을 바라보는데 볼에 닿는 바닷 바람이 상큼하다. 배는 이내 선착장에 닿았다. 중앙광장 해변 쪽으로 걸었다. 시멘트 구조물이 보인다. 시멘트의 맨살이 바닷가에 쳐 박혀 흉물스럽게 보인다. 난간에 서서 토끼섬을 바라보니 진짜 토끼 모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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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섬


바다에 떠 있는 게. 까엡은 게로도 유명하다. 게와 여인 동상은 까엡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많이 보인다. 눈에 익숙했던 사진을 현장에서 보니 더 반갑다. 해안가 파도가 밀려들며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은 프랑스보호국 시대 그들이 왜 이곳을 휴양지로 선택했는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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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떠있는 게


태양이 뜨거워도 역시 바닷가는 바닷가다.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람이 더운 듯 시원하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풍경이 시원함을 한껏 더한다. 까엡 해변의 대표적 명물인 여인 동상 주변은 많이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이다. 온통 하얀색의 동상인데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특이하다는 느낌이다. 그 특이함이 크면 클수록 지역의 대표 상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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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


까엡 해변의 길은 오래 걸어도 지루함이 없다. 해변 끝의 정자에서 내가 걸어왔던 해변을 다시 본다. 바다는 그대로인데 저 멀리 수많은 사람은 한 점이 되어 희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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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정자


모래사장이 끝나고 해변 도로는 크랩 시장까지 이어진다. 오후 서너 시의 크랩 시장은 한산하다. 까엡의 게는 아주 유명하다. 게는 작고 짙은 회색을 띠고 있다. 짙은 회색은 찌면 빨간색으로 변한다. 버터를 살짝 바르고 구운 게는 무척 고소하다. 주변 시설은 그다지 보잘것없지만 바다를 눈 아래 두고 먹는 게 맛이 일품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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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 요리


까엡은 해변을 전면에 두고 배후에는 국립공원 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석양의 해변을 보기에 전망이 좋다. 석양과 어우러진 해변은 황홀한 그림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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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엡 국립공원에서 본 석양


까엡은 물가가 비싸지만 크메르 음식은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한국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 크메르 음식도 많다. 저녁 식사로 해변의 경치를 즐기며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앙코르 맥주의 취기가 까엡의 밤을 더욱 황홀하게 만든다. 까엡의 밤은 아름다운 해변의 정취와 함께 이렇게 깊어 갔다.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으며 후식과 커피를 즐기는 것은 내가 여행하는 목적 중 하나다. 이 시간이 나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대개 나는 이 시간에 하루 일정을 구상하며 맘껏 상상하기도 한다.

하루의 짧은 까엡 일정을 마치고 산보를 하며 해변으로 향했다. 길가에 오래된 별장이지만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별장이 보인다. 현 캄보디아 국왕의 할머니가 살았던 별장이다. 잡풀이 무성하고 이끼가 가득하지만 반듯하게 조성된 정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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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의 어머니 별장


프랑스보호국 시대 프랑스인들이나 캄보디아 왕족만이 차지하고 있던 아름다운 이 해변은 지금은 누구나 올 수 있다. 별장 건물에 낀 이끼만이 과거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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