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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Aug 25. 2021

맥모닝을 생각하며 뛴다

뚜렷한 목표는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니 여름도 이제 가나보다. 더운 여름에 꾸준히 운동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덥다고 여름 운동을 게을리하면 신체 건강이나 운동 루틴이 깨지기 쉽다. 더우나 추우나 자기가 목표한 운동을 거르지 않고 하는 것은 대단한 집념이 필요하다. 사실 달리기는 너무 더워 쪄 죽을 정도의 더위에 온몸을 땀으로 덮고 뛸 때 쾌감이 크다. 그만큼 몸이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몸이 크게 반응한다는 것은 죽을 거 같을 정도로 운동했다는 뜻이다. 그때 운동복에 줄줄 흐르는 땀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남한산성 쪽으로 뛰다가 3주 만에 탄천을 뛰러 아침 일찍 왔더니 주말을 맞아 산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고 대부분이 여성이다. 나이 들면서 사회성이나 운동이나 남자들보다는 여자가 훨씬 더 적극적이다. 중장년의 남성들이 많이 뛰며 인생을 다시 도전하길 바라는 나는 이런 모습이 참 아쉽다. 30,40대는 직장생활이 힘들어 주말에 쉬고 싶겠지만 당장 마주치는 현실이 전부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고. 자신에게 가하는 강한 충격이 마인드를, 체력을 강하게 함은 물론 정신세계를 신선하게 만들어 창의적인 삶, 도전적인 삶을 살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탄천을 뛰면서 안타까운 건 똑같은 시간을 들이며 왜 더 좋은 건강을 위해 달리지 않고 산보하듯이 걷느냐 하는 것이다. 탄천 보행자도로 바닥에 보면 효과적인 운동을 하라는 의미에서  '보폭 크게'라고 중간중간 큰 글씨로 쓰여 있다. 보폭을 크게 해 봐라. 걸음이 빨라져 걷는 거지만 달리는 모양이 된다. 하지만 탄천에 그렇게라도 걷는 사람은 없다. 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탄천을 산보하는 할머니들

  무엇을 하든 목표가 있어야 동력이 생긴다. 요즘 나는 한 달에 150km 정도 뛴다. 일주일에 2~3번 10km, 2주에 한번 하프코스, 두 달에 한번 풀코스를 뛰면 대략 이렇다. 보통 달릴 때 10km 55분, 21km는 2시간, 30km는 3시간 정도로 뛴다. 하지만 가끔은 목표를 갖고 전력 질주한다. 왜냐면 나를 테스트하고, 나의 노력에 대한 확인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하프코스 1시간 53분이 목표다. 하프코스 나의 최고 기록은 1시간 49분. 대회에 나가면 아무래도 기록이 빠르다. 사전 준비도 철저하고 경쟁자들과 페이스 맞춰 뛰고 주로에 먹고 마시는 것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뛸 때는 그런 게 없어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혼자 뛰는 하프코스에서는 마시는 물과 함께 배고픔이 문제다. 나는 오늘 아침 목표를 세우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집을 나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함은 이러한 사소한 준비에서도 드러난다. 10km 달리기에서는 갈증이나 배고픔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시간을 뛰는 하프코스 거리에서는 수분과 탄수화물을 체내에 공급해줘야 한다. 그나마 물은 탄천 중간에 한 곳이 있어 마시면 되지만 배고픈 것은 사람 기운을 없게 만들어 힘들다.

  역시 10km 넘기며 배가 고파 허기가 진다. 물도 안 마시고 맨입으로 10km를 53분에 뛰었으니 잘 뛰면 1시간 53분에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갈수록 지는 것이 느껴진다. 집에서 밥이나 빵이라도 간단히 먹고 올걸.... 목표를 세우며 준비가 허술해 실패하는 사례는 일상에서 너무나 많다. 상황을 쉽게 봐서, 과거에 경험했었기에, 무식한 자신감 등이  원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리면서 교훈을 얻는다. 그렇다고 후회한 들 소용없는 일, 제일 바보스러운 게 후회하는 것이다. 준비가 소홀했다면 그 상황에 맞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나는 맥모닝을 생각하며 힘을 내어 뛰었다. 지금은 이게 전략이다. 1시간 57분. 십 년 전 혼자 무작정 달리며 시작한 마라톤, 2015년 처음 중국 상하이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출전하여 기록이 1시간 57분이었다. 첫 완주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걸.... 그만큼 나는 마라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그것이 나의 장년 인생의 성공의 결실로 이어졌다. 어느덧 60을 넘긴 나는 요즘 기록이 오히려 더 좋다. 청년시대의 전기가 20,30,40대 였다면 지금 난 청년시대의 후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후기 청년이다 보니 신체도 단단하고 열정도 넘친다. 머리는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며 노멀을 학습한다.   

오늘 하프코스 기록

  오늘 목표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뛰면서 느낀 즐거움이 있었다. 맥모닝의 즐거움이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 첫 2~3km 그리고 16~17km 구간이 힘들게 느껴진다. 이건 순전히 개인의 느낌이다. 이런 때마다 나는 달리기를 끝내고 먹을 맥모닝을 생각한다. 머릿속에 맥모닝을 떠올리면 엔도르핀이 돌아 몸이 가벼워진다. 달리기를 마친 후 물 먹는 것도 참고 맥도널드로 얼음 콜라를 한잔 마시고 맥머핀을 한입 베어 문다. 이때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맥모닝은 맥도날드의 아침 메뉴다. 나는 아침 운동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맥모닝을 먹으며 운동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맥모닝은 내가 목표를 세우는데 그걸 달성하게 만드는 하나의 수단인 셈이다. 시원한 콜라에 치즈, 계란, 슬라이스햄이 들어간 머핀으로 출출한 배를 채울 때 나는 내가 쏟은 땀의 진실을 느끼며 자신 있는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달리기는 목표보다 4분 늦었지만 맥모닝은 그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 good morning taste다. 마라톤을 통해 얻는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에게 큰 기쁨을 주니 나는 달리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얻는 것만으로도 달리는 이유가 충분하다.

  맥모닝 에그 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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