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을 위한 시나리오
#집 방 안/아침/안
찬솔 (독백)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잘 베풀줄 안다는 점.
휴대폰을 보고, 부리나케 일어나는 찬솔. 대충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은 뒤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찬솔 (독백) 이제 쏠로인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는 평범하게 만났다. 적어도 우리 둘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앱'으로 만난 거만 빼면 모든 게 완벽했다.
#지하철 안(한강대교 건너는 중)/아침/밖
꽉찬 지하철 안. 낑긴 찬솔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강을 바라본다. 그러다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쉰다.
찬솔 (독백) 얼굴이 너무 푸석하다. 예전에는 피부라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요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애휴. 모르겠다.
찬솔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휴대폰 음악리스트에 듣고 싶은 노래를 찾는다. 그런데 모두 옛 여자친구(소희)가 좋아했던 노래밖에 없었다. 그는 기가 찬다는 듯이 혼자 헛웃음을 짓는다. 옆에 있던 승객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불쾌해 한다.
찬솔 (독백) 생각해보면 우린 꽤나 잘 통했었다. 느린 말투,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점, 맥주보단 소주, 야구는 한화,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이거!(노래 목록 속 '문문'의 미술관를 누르고선). 이햐. 이 노래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지? 찾기도 힘든 노래인데 말이야. 소희도 참 대단히 매니악했던 것 같다. 생긴 건 참 멀쩡하게 생겼는데 말이야.
#회상-카페/낮/안
찬솔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자리 앞에는 하루키의 에세이집이 놓여있다.
찬솔 (독백) 처음 우리가 '우리'로서 만날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나는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처럼 소심한 얘가 어떻게 '데이트 앱'을 할 수가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아! 아니다. 어쩌면 나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 여기일지도 모르겠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생각은 깊이하는 사람들 말이다. 뭐, 내가 발정이 났었던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취향'만큼은 솔직하게 적었다. 그리고 그게 나와 소희를 만나게 한 거였다. '하루키'. 우리의 공통점이었다.
수수한 차림의 여성이 찬솔 앞에 서 있다.
소희 저기, 혹시 하루키..아니 하루킥님. 맞으세요?
찬솔 (수줍으며)아! 네...그럼 그쪽이 '두부만두'?
소희 (수줍으며) 아...네....
찬솔 (어리숙하게)어...저기 일단 앉으세요.
(10분이 지남)
수줍어하는 둘. 모두 고개 숙이고 휴대폰을 만져댈 뿐이다.
찬솔 (독백)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어색했다. 앱에서 주고 받던 이야기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땐 참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처음 만나니까 심장이 너무 떨렸다. 그래서 했던 첫마디가...아주 가관이었지...
수줍어 하던 찬솔, 소희에게 말을 건다
찬솔 저기, 근데 왜 아이디를 '두부만두'에요?
소희 (수줍어하며) 네?
찬솔 (미안해하며) 아...미안해요. 제가 실수로
소희 (재밌다며) 아녜요. 그냥 발음이 귀여워서 지었어요.
찬솔 네?
소희 제가 두부랑 만두랑 좋아하는데, 다 붙여보니까 귀엽더라고요.
찬솔 아!
소희 그쪽은 왜 하루킥이에요?
찬솔 아 저는 오타가 나서
소희, 재밌다는 듯이 커피를 마시다 뱉게 된다. 근데 그게 찬솔 얼굴에 튀게 된다.
소희 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찬솔, 당황해하다 웃는다.
찬솔 혹시 랩도 좋아하시나요.
소희 네? 네. 그건 그렇고 미안해요. 미안해요.
찬솔 (혼자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크크크, 아녜요.
소희 왜 웃어요? 하루키킥(자기도 모르게 웃음) 크크크.
한동안 서로를 보며 웃는 둘. 다른 사람들이 이들을 이상하게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