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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r 09. 2021

엄마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 많아

| 고양이 입양?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입양할 상황이 아니니, 입양 게시물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좋은 곳으로 입양되길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 가끔 일시 후원하면서.


특히, 올블랙 까만 고양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느 날, 까만 새끼 고양이 3마리(럭키/찬스/로또) 입양 관련 글을 봤다. 남편이랑 보다가 아이에게도 보여 줬다. 너무 귀엽다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 마리 데려올까?"라고 물었다. 아이가 좋다고 하면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안 돼!!


아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아기 고양이들이 엄마랑 헤어져서 슬픈데,
친구랑 헤어지면 더 슬프잖아.



외동이라서 그런지, 아직 형제, 자매, 남매 관계를 잘 몰라서 모두 친구라고 하는 아이에게 아기 고양이들만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어른의 사정으로 친구들이 어린이집을 떠날 때마다 그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는 아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만 보면, 나보다 더 현실적이야.


어느 가수가 예전에 활동할 때, 신비감 조성을 위해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다녔다고 말하는 영상을 봤다. 고양이와 관련된 노래도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회사의 이미지 메이킹이었다니 씁쓸했다.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독립 공간이 필요한 고양이가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방송국을 드나들며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어서, 그들처럼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게다가 그 고양이는 그 가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니, 더 힘들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여기저기 이동해야 하고, 사람들은 북적북적하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그렇지만, 메이킹한 회사도, 그렇게 활동한 가수도,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지인들도, 5세 아이보다도 고양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 엄마가 좋아하는 것


어느 날, 아이가 "엄마는 뽀로로와 친구들 중에 누가 제일 좋아?"라고 물었다. '에디'라고 답하자,


에디는 고양이가 아닌데?



라고 말한다. 집에 고양잇과 관련 소품(인형, 문구류, 옷 등)이 많다 보니,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라는 생각이 박였나 보다. 다른 동물도 좋아한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


엄마는 표범을 제일 좋아하고,
○○이는 치타를 제일 좋아해.



라고 말할 만큼, 아이도 고양잇과 동물을 좋아한다. 역시, 엄마의 취향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고양이 외에도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이 좋은가 보다. 하원 하면서 동네 슈퍼에 들렀는데, 아이가 음료수 코너로 가더니 외친다.


엄마가 좋아하는 맥주, 여기 있어요!!



퇴근 시간이라 슈퍼엔 사람이 많았다. 아이가 말하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아이에게 갔다가 나에게 왔다. 너무 민망했다. 알았다고 이리 오라고 하자, 맥주를 안 사려나 싶었는지 해맑게 웃으며 다시 외친다.


오늘은 소주야?



마침 맥주가 떨어져서 원래 사려고 들어간 건데, 그날 못 샀다. 그냥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술 마시는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아이와 함께 있으면 괜한 뒷말이 나올까 봐 소심해진다. '애 엄마가 무슨 술이야?'라는 등의 뒷말.


나저나 아이가 이러는 건 술을 그만 마시라는 고도의 전략일까? 나에 대한 지대한 관심, 고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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