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불편하다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은지,
그냥 편하지 않다고만 표현하고 싶어져.
멍해지는 생각과 자꾸만 굳어가는 얼굴과
축 쳐진 채로 있는 눈코입이, 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겨내지 싶어.
살지 않는 날을 그리기 시작했던 게 언제더라.
이젠 까마득할 지경이야.
매일을 채우고 매일을 살아내지만
어딘가 있을 유토피아를 찾는 사람처럼
혹은 뭐 종교인들처럼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꿈꾸고, 바라고, 원해 마지않지.
사라지는 꿈을 꾸곤 해 라는 노래 가사처럼
오래전 듣다가 잊고 지낸지 역시 오래이지만
번뜩 떠오른 그 노래 가사처럼
나는 습관적으로 사라지길 바라고
없어지길 바라고
그러나 잊혀지기를 바라진 않고.
내가 가진 것 중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결국 그것밖에 없어서 그런 걸까.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결정권을 쥐고 있고
그래 말 그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
더 좋게 가꾸는 건 내 선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냥 망가트리고 없애버리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상.
항상 타인, 타인, 타인. 실체도 없는 남, 남, 남.
그런 것만 생각하다가 지쳐버려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바로.
다시 또 멍해져.
가진 눈꺼풀을 반절 이상 들어올릴 힘이 없어.
또렷이 뜨고 말갛게 직시하고 꿰뚫듯 들여다보는 것이 지쳐.
얼마 전 이야기 해버렸지.
사실 나는 들통나버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돌아온 답. 들통 나는 것이 아니라 다 보인다고.
이를테면 인터넷에 떠돌던 심해어 같은.
아주 어두운 곳에 사는 그 생명은 투명한 외피를 지니고 있지.
나는 다 들여다보이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채
까맣게 탄 속이 보이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다녀. 깡총. 또 깡총.
꽤나 인간구실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믿으며 말이지.
너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언제를 기다려준다는 걸까.
무엇을 참고 무엇을 보았지만 못본척 하는 걸까.
나에게도 알려주면 안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런 나이고, 너는 그런 너이니까.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마음은 장기가 아닌데도 그 무게가 자꾸 늘어나서
걷는 걸음걸음을 방해해.
내가 지나온 자리에 자국이 남고 그것이 잘 보존된다면
아마 화석이 되겠지.
시간이 흐른 후 거기서는 어떤 물질이 검출되려나.
나는, 다량의 슬픔과 불안과 우울로 이루어진 사람.
잠을 자고 싶어. 아주 오랫동안.
먹는 것도 배출하는 것도 다 멈추고 미루고
꿈도 없이 깊은 곳을 헤매고 싶어.
그곳에 머물고 싶어.
영영.
영,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