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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순 Oct 18. 2024

환경이 변하면 사람이 변하기도 한다.

    


    내가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 건 친구의 조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4~5년 전이었을 때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헬스장은 가기 귀찮았고 간단하게 집에서 홈트를 시작했다. 스트레칭도 하고 간간이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하면서 보냈다. 가볍게 운동하는 나에게 헬스를 하는 친구가 좋은 운동법이 있다고 말했다. +1 운동법을 해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오늘 20개 하면 내일 21개, 모레 22개 이런 식으로 횟수가 계속 올라가는 운동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대략 3달 정도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30개부터 시작해서 110개를 할 정도로 꾸준히 했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로도 나는 매일매일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1 운동법이 좋은 이유는 부담이 없고 최소치로 시작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 +1씩 성장하는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 꾸준히 하게 된다. 그렇게 2달 넘게 지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다.


    근력운동의 자신감이 붙은 나는 턱걸이도 하고 딥스바를 사서 딥스와 인버티드 로우도 했다. +1 운동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집에서 꾸준히 했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중 친구랑 헬스장에 처음 갔는데 다양한 운동 기구와 덤벨과 바벨로 헬스를 해보니 신세계였다.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 맛있었는지 시련이 찾아왔다. 헬스장에 머신과 고중량을 치다 보니 홈트 하면서 느끼는 자극이 맛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도 꾸준히 헬스장을 다닌다.


    헬스장을 다니면서 변한 게 또 있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쭉 마른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키도 작고 왜소했다. 나는 입이 짧지도 않고 밥을 항상 잘 먹었다. 하지만 몸무게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연비 안 나오는 똥차라고 불린다.) 근데 살이 너무 찌고 싶었다. 헬스장 거울에서 보이는 내 몸이 여리고 초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악해도 살이 찌지 않았다. 그래서 평생 마른 몸으로 살아가야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아니었다. 헬스장을 다니고부터 점차 살이 더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찌고 있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더 먹으려고 노력했다.) 맨 처음 운동했을 때는 60kg이었는데 지금은 71kg이 됐다. 그렇게 표준 몸무게가 된 것이다. 한번 찌운 살은 다시 빠지지 않았다. 몸무게 유지가 되는 게 정말 신기했다. 평생 살아왔던 저체중인 몸이 헬스장을 다니고 나서부터 달라진 것이다. 그건 엄청난 변화였다.


    따지고 보면 키도 그랬는데 나는 학창 시절 남들보다 키가 작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158cm 정도로키는 늘 뒤에서 놀았다. 우리 누나들은 171cm, 168cm로 키가 컸는데 주변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키가 더 클 거라고 말하거나 누굴 닮았길래 키가 안 크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 말과 별개로 나는 키에 대해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하지만 내 키는 고등학교 가서 아주 조금씩 크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170cm 근처까지 키가 컸다. 성인이 돼서도 1~2cm 조금씩 더 크면서 지금 내 키는 174cm가 되었다. 정말 기적이었다. 정말 천천히 성장했기 때문에 아무도 이렇게 클 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키의 매우 만족한다. 과연 어떻게 키가 이렇게 큰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답은 기숙사학교에 있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 혼자서 우리를 먹여 살리려다 보니 일하느라 바빴다. 애석하게도 집에서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라면을 많이 먹었었다. 또 밤에는 누나와 같이 게임하느라고 늦잠을 자는 날이 많았다. 이렇게 불균형한 생활이 고등학교 진학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입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그 학교는 아침에 등산을 시키고 밤에는 휴대폰도 못할 만큼 일찍 재우기 위해 단속도 했다. (학생들이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학교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11~12시 사이에 무조건 잠들었고 셋 끼를 매일매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답은 여기에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3끼를 든든하게 먹은 덕분에 내가 지금 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누나들과 나는 기숙사학교에 안 갔더라면 키가 더 안 컸을 거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난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키와 몸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집이 아니라 헬스장에 가서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에너지를 더 쓰고 더 먹어서 살과 근육을 찌울 수 있었고, 기숙사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세끼를 매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키가 클 수 있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쉽게 단정 지어버린 내 말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이 나도 모르게 서서히 변해가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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