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3년 전부터 한국 여름에 찾아와 대규모 짝짓기를 하는 러브버그,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 이렇게 불쑥 내 삶에 찾아왔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왔는데 이상하게도 버스정류장 주변에만 러브버그가 많았다. 전봇대와 현수막에 벌집처럼 징그럽게 붙어있는 가 하며,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녀석들은 내 옷에 달라붙기도 했다. 나도 몸에 붙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서 손으로 휙휙 쫓아냈다. 옆에 서 있는 여성분도 우산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도대체 한국 도심 속에 러브버그가 가득 차게 된 걸까.
챗GPT에게 물어보니 기온 상승, 해외 유입, 천적 부족, 한시적 대략 발생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중에서 천적 부족에 대한 상세히 적힌 내용에 눈길이 갔다. "러브버그는 보기와 다르게 냄새가 역하고 맛이 없어서 새나 거미 같은 천적이 잘 안 먹습니다." 맛이 없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맛도 모르는 인공지능이 아무렇지 않게 설명하는 게 웃겨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러브버그를 보니 정말로 맛없어 보였다. 길거리에 널린 이름 모를 잡초처럼 씁쓸하고 떫은맛이 날 거 같다고 조용히 생각했다.
내가 착각했다. 정류장 뿐만 아니라 집 오는 길 여기저기 러브버그가 가득했다. 특히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아파트 외벽에 잔뜩 붙어 있었다.(러브버그는 밝은색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는 러브버그가 집에 들어올까 봐 문도 조금만 열고 잽싸게 들어왔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러브버그 한 쌍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 신발장부터 거실까지 유유히 날아가는 녀석을 손날치기로 가볍게 제압하고 휴지로 부드럽게 감싼 다음 쓰레기통에 버렸다. 네가 익충이기에 내가 밖에서는 널 죽이진 않겠지만 우리 집에 들어온 이상,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녀석들이 밉지만 생태계 어딘가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걸 알기에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러브버그, 이름은 참 이쁘다. 익충이라서 이렇게 좋은 이름을 붙여준 걸까. 이름에 사랑이 들어가 있는데 안 예쁜 게 있었나.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 감수성이 넘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러브버그' 이름만 들으면 아름답고 형용할 수 없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원래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라고 한다.)
두꺼운 모기 같은 생김새, 짝짓기 하면서 비행하는 이상하고 야릇한 벌레, 둘의 아름다운 비행을 응원까지는 못하겠지만 제발 내 곁에 붙지 말고 적당히 짝짓기 하면서 자연에 이로움을 주고 살아라. 이제 보니 인간은 자연에게 이로움을 주는 존재일까?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이로움‘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러브버그, 네가 나보다 더 나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내가 널 죽일 자격이 있는 걸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미제로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