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 앞에서 생각한 것들

by 생각의정원

차로 출퇴근을 했던 시절, 어느 화요일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라디오에서는 교통상황을 알려주고 있었고, 나는 습관적으로 백미러를 조정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차고를 빠져나가자마자, 뒤에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요란한 경적 소리와 함께 나를 추월해갔다.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뭔가 소리를 지르며 지그재그로 차선을 바꿔가며 사라져 갔다. 마치 세상 모든 일이 그의 일정에 맞춰 돌아가야 한다는 듯이.


나는 그 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걸까? 무엇이 그를 그토록 조급하게 만드는 걸까?


신호가 바뀌자 사람들이 천천히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어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아주 천천히 걸어가셨고, 어떤 학생은 이어폰을 끼고 리듬에 맞춰 걸어갔다.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는 휴대폰을 보며 걸었고, 젊은 엄마는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이유로 길을 건너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급한 차는 두 블록 앞 신호등에서 멈춰 서 있었다. 결국 그의 모든 급함은 단 몇 초의 시간도 벌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커피숍에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유리창 너머로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여전히 급한 차들이 지나다녔다. 어떤 차는 끼어들기를 시도하다가 다른 차와 실랑이를 벌였고, 어떤 차는 노란불일 때 속도를 높여 교차로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들이 모두 같은 속도로, 같은 리듬으로 도시를 순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누구도 실제로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가지 못하면서도, 모두가 자신만은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예전에 읽은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이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그 문장이 오늘따라 유독 와 닿았다.


30분 후, 나는 커피숍을 나와 천천히 사무실로 향했다. 급할 것도 없었고, 천천히 걸으며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고 싶었다. 길모퉁이의 작은 꽃집,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 벤치에서 비둘기에게 빵을 주고 있는 할아버지.


그때 또다시 한 대의 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이번에는 흰색 SUV였다. 운전자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조급함은 차체 전체에서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저 사람도 결국 몇 블록 뒤 신호등에서 멈춰 설 텐데.


사무실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평소와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했다.

우리는 왜 그렇게 급할까? 무엇을 그토록 서둘러 쫓아가려 하는 걸까? 그리고 정말로 더 빨리 가는 것이 더 빨리 도착하는 것과 같은 걸까?


저녁,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의식적으로 더 천천히 걸었다. 급한 차들은 여전히 내 옆을 지나쳐 갔지만, 나는 그들의 조급함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다. 대신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가로수의 그림자를 관찰하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집에 도착해서 문득 깨달았다. 하루 종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는 것을. 급함이라는 이름의 맹목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급한 차들은 내일도 길 위를 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주의 깊게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결국 우리 모두 같은 곳으로 향해가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여정을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겨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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