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다시 살고 싶은 당신에게

by 생각의정원

어린 시절을 다시 살고 싶은 당신에게

30대가 되어서 나는 좋은 음식점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미슐랭 가이드를 들여다보고, 맛집 블로그를 뒤지고, SNS에서 화제가 되는 곳들을 북마크한다. 지갑에는 신용카드가 여러 장 들어있고,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왜일까?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도 20대 초반 PC방에서 먹었던 육개장만큼 맛있지 않다.


그때는 달랐다. 용돈을 모아서 PC방에 가는 일이 하나의 큰 계획이었다. 시간당 천 원이 아까워서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꼈고, 배가 고파도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주문했던 육개장.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그다지 맛있지도 않았을 그 음식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나는 지금 혼자서도 고급 한우를 먹을 수 있다. 와인도 마실 수 있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예전의 오다리 두 개만큼 짜릿하지 않다. 편의점에서 오다리 두 개를 사는 일이 그렇게 큰 사치였던 시절, 그 작은 행복이 지금의 어떤 사치보다도 강렬했다.


어린 시절의 좋음은 부족함에서 나온다. 모든 것이 제한되어 있을 때, 작은 것도 큰 기쁨이 된다. 돈이 없어서 갈 수 없는 곳이 많았지만, 갈 수 있는 곳에서 느끼는 행복은 더 순수했다. 선택의 여지가 적었기에 오히려 선택한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이 때로는 피로하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때는 고생도 달랐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일. 몇 천 원을 아끼려고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고, 시간은 더 걸렸지만 그 시간마저도 즐거웠다. 불편함과 부족함이 오히려 모든 경험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줬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빨리 성숙해진다. SNS를 통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보고 자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찾는 법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PC방 육개장이 맛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가 가진 돈으로, 내가 있는 장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제한된 조건 안에서 찾아낸 최적해. 그것이 바로 어린 시절 행복의 비밀이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그런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30대의 풍요로움도 좋다. 하지만 20대의 그 간절함, 그 순수한 기쁨이 그립다. 돈을 더 많이 벌게 된 지금, 나는 더 큰 행복을 얻었을까? 아니면 작은 행복들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답은 간단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의도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 비싼 음식점 대신 평범한 식당에 가보는 것. 택시 대신 걸어가보는 것.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 스스로 경계를 만들어보는 것.


그렇게 하면 다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PC방 육개장의 그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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