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름의 끈적한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공기는 깔끔했고, 약간 서늘했으며, 무엇보다 냄새가 달랐다.
가을의 냄새란 무엇일까? 나는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그것을 생각해봤다. 어릴 적부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맡을 수 있는 그 특별한 향기. 그것은 낙엽이 타는 냄새도 아니고, 과일이 익는 냄새도 아니다. 더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동네를 걸을 때, 그 냄새는 더욱 선명해졌다. 마치 누군가 공기 속에 보이지 않는 향수를 뿌려놓은 것 같았다. 나는 발걸음을 늦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랬더니 기억 속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가을이었다. 방과 후 친구들과 학교 뒷산에 올라갔을 때, 바로 이런 냄새가 났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세상이 조용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 같았다.
회사 근처 작은 공원에 들어갔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할머니 한 분이 벤치에 앉아 계셨는데, 나는 그분 옆 벤치에 앉았다. 잠깐 쉬어가려는 생각이었다.
"좋은 날씨네요." 할머니가 먼저 말을 걸어오셨다.
"네, 정말 그렇네요.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할머니는 잠깐 생각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맞아요. 매년 이맘때면 이런 냄새가 나죠.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 들수록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잠깐 함께 앉아 있었다. 할머니도 나도 말이 없었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둘 다 같은 냄새를 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다시 그 냄새에 대해 생각해봤다. 도대체 그것은 무엇일까?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아마도 기온과 습도의 변화, 식물들의 생리 변화, 대기 중 이온의 농도 같은 것들의 복합적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가을의 냄새는 시간의 냄새다.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오기 전의 그 짧은 순간, 모든 것이 잠깐 멈춰 서는 듯한 그 시간의 냄새. 그것은 추억의 냄새이기도 하고, 변화의 냄새이기도 하며, 아련함의 냄새이기도 하다.
저녁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 냄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며칠 동안만 맡을 수 있는 그 특별한 향기를.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개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 학원에서 나오는 아이들. 모두들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과연 그들 중 몇 명이나 이 냄새를 알아차릴까?
집에 도착해서 창문을 열었을 때, 그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오늘 하루를 생각해봤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가을의 냄새를 맡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시간의 흐름을 냄새로 감지하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두는 것. 그것이 아마도 살아있다는 것의 작은 증거일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에도 이 냄새가 있을까? 아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다를 것이다. 매일 조금씩 변해가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내년 가을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올 것이다.
가을의 냄새는 그렇게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고.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기억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