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위로

by 생각의정원

비가 내리는 어느 화요일 오후, 나는 동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위로라는 것은 참으로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마치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꽃처럼,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오래된 노래처럼.


어제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를 보았다. 그녀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한 젊은 남자가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 짐을 들어주었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말했고, 젊은 남자는 괜찮다고 웃어넘겼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 따뜻한 것이 가슴 속에서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직접 경험한 일도 아니었고,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 사이의 일이었지만, 그 작은 친절이 나에게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위로가 되었다.


위로는 대부분 작다. 거창한 선언이나 화려한 몸짓이 아니라, 일상의 틈새에서 조용히 스며드는 것들이다.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점원이 건네는 미소,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강아지의 꼬리 흔들기, 아침에 마시는 첫 번째 커피의 온기. 이런 것들이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며칠 전, 회사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앞에 선 젊은 아버지가 아이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작은 공룡 장난감을 내게 보여주며 "이거 티라노사우루스야!" 하고 자랑했다. 아버지는 미안하다며 아이를 달랬지만, 그 순간의 순수한 웃음이 그날 밤 나에게는 어떤 위로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종종 큰 것을 기대한다. 큰 성공, 큰 행복, 큰 변화. 하지만 삶은 대부분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위로 역시 마찬가지다. 친구가 보내는 "잘 지내지?"라는 짧은 문자,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


어떤 날은 그저 침대 시트의 부드러운 감촉만으로도 위로받는다. 어떤 날은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바람의 냄새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떤 날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눈물이 나는데, 그 눈물조차 하나의 위로가 된다.


나는 작은 위로들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의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무심코 마주치는 작은 순간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을 때의 햇살, 점심시간에 만난 새로운 메뉴의 맛, 퇴근길에 본 노을의 색깔. 이런 것들이 모여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때로는 위로가 기억 속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던 미역국의 맛,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걸었던 캠퍼스의 은행나무 길, 첫 직장에서 만난 선배의 따뜻한 조언. 이런 기억들이 현재의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가장 큰 위로는 이런 작은 위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위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카페 안은 따뜻하고, 커피는 아직 뜨겁다. 창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각자의 우산을 들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그들도 오늘 작은 위로를 하나쯤은 만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무언가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이 카페의 따뜻함과 커피의 향기, 그리고 빗소리가 만들어내는 작은 멜로디에서 위로를 받는다. 크지 않지만 충분한, 거창하지 않지만 진실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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