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건네는 작은 신호들

by 생각의정원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여전히 따뜻하지만 어딘가 다른 공기의 질감. 마치 여름이 살며시 뒤를 돌아보며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9월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달.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 가로수 잎사귀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아직 대부분은 초록색이지만, 몇몇 잎들의 끝부분이 살짝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붓으로 조심스럽게 색칠을 시작한 것처럼.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보며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의 모양이 여름과는 달랐다. 더 높고, 더 하얗고, 더 선명했다. 여름의 구름이 무겁고 회색빛이었다면, 9월의 구름은 가볍고 솜사탕 같다. 그 아래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목덜미를 스쳤다.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함이었다.


저녁 퇴근길, 해가 지는 시간이 확실히 빨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7시가 넘어서야 어둑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6시 반이면 노을이 시작된다. 그 노을도 여름과는 다르다. 더 붉고, 더 깊고, 더 아름답다. 마치 하늘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차려입은 것 같다.


9월의 변화는 항상 조용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스며든다. 아침에 입은 반팔이 저녁에는 살짝 쌀쌀하게 느껴지고, 밤에 켜두던 에어컨을 끄게 되고, 창문을 열고 자도 덥지 않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계절의 전환을 만든다.


이젠 아이스커피 대신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백화점에는 가을옷이 진열되기 시작하고, 카페에는 단풍 관련 메뉴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상업적인 신호들보다 더 정확한 것은 몸이 느끼는 변화다. 아침에 일어날 때의 공기, 걸을 때의 바람, 잠들기 전 이불의 필요성.


어제 길에서 한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언제 가을이 와?" 엄마는 "아직 더워서 가을이 오려면 멀었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가을은 이미 와 있다고. 단지 아직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라고.


9월은 참을성 있는 달이다. 여름의 뜨거운 잔재가 아직 남아있어도 묵묵히 기다린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색깔을 세상에 입힌다. 마치 좋은 요리사가 약한 불로 천천히 음식을 익히는 것처럼.


요즘 나는 9월을 관찰하는 것이 즐겁다. 매일매일 조금씩 변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아침 공기가 어제보다 조금 더 선선했고, 저녁 노을이 어제보다 조금 더 붉었다. 내일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사람들은 극적인 변화를 좋아한다. 갑작스러운 반전, 드라마틱한 순간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변화는 대부분 9월의 변화와 같다. 조용하고, 점진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하다. 우리 삶의 변화도 그런 것이 아닐까.


오늘 밤에는 창문을 열고 잘 생각이다. 9월의 바람을 느끼며, 여름과 가을 사이의 어디쯤에서 잠들고 싶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또 다른 변화를 발견할 것이다. 작지만 분명한, 9월이 건네는 신호를.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 함께 있다. 9월과 함께, 변화와 함께, 시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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