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종원 Jun 08. 2020

선생님 시집 가지마세요

눈 오는 날 눈이 들어가 눈물되네요

















오늘은 추억 열차를 타고 갑니다.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무엇일까요. 서로 서로 마스크를 쓴 얼굴인가요. 얼굴 반쪽인가요. 

지금 읽어 드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는 일본말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그런 환경이었기에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자, 추억 속 선생님을 만나뵈러 갑니다. 



선생님 시집가지 마세요.


선생님은 파마머리를 멋있게 하고 검정 치마 횐저고리로 내 곁에 오시면 구루모(크림) 냄새가 정말 좋았습니다.

콧물이 나올 때 소매로 쑥 닦노라면 선생님이 내 가슴에 매단 수건으로 닦아주면 부끄럽습니다.


하꼬방(판잣집)에 사는 우리들은 시장통의 구루마(우마차)와 리야카(손수레)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학교에 갑니다. 선생님은 행여 우리가 다칠까 걱정하여 교문 앞에서 서성대지만 천만에요. 우리는 모두 미꾸라지처럼 피할 것은 피하고 씽씽 달린다고요.


선생님은 항상 보름달 같았어요. 늘 웃고 계신답니다. 공부를 가르치시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갑니다. 성적이 쑥쑥 올라가면 선생님은 "공부 참 잘했다." 하며 누런 종이 공책 한 권을 상으로 주십니다. 그럴 때는 하늘은 더 맑고 파랗습니다.


간식으로 우윳가루를 선생님이 골고루 나누어 줍니다. 먹다 보면 코며 입에  분가루마냥 묻습니다.  고개를 올려 보면 선생님 콧잔등에도 분가루처럼 우윳가루가 묻어있기도 합니다.


전쟁이 지나간 폐허 속에서 문을 연 우리 학교 교실은 가마니 바닥입니다. 우리는 앉은뱅이책상에서 공부합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 나는  등에 란도셀(가죽 책가방)을 메고 갑니다.

옆구리에는 앉은뱅이책상을 끼고 갑니다. 다른 친구들은 보자기를 등에 비스듬히 하여 책을 넣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 친구들은 이번 전쟁에서 엄마 아빠를 잃은 고아들입니다. 고아원 아이들입니다. 그런 애들은 앉은 뱅이 책상이 없습니다. 가마니 맨바닥에서 공부합니다. 

나는 그 아이들처럼 등하교에 책상을 가지고 다니기 힘들지만  아이들은 내 책상이 갖고 싶습니다.


운동회 때는 흰 러닝 셔츠에  흰 줄이 하나 내려 그어진 검정 사리마다(팬티) 입고 달리기를 합니다. 운동장 하늘에 휘날리는 국기는 6.25 전쟁 때 우리나라를 도와준 16개 나라입니다. 국기 아래에서 우리는 신바람 나게 달립니다.  열심히 해서 1,2,3등한 아이들은 잡기장과 에누구(물감)를 받았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짱께미뽕(가위바위보)을 하면서 건빵 따먹기 하는 웃학년 언니들은 선생님께 야단맞습니다.


달덩이 같으셨던 선생님 뒤로 그 뒤 웃학년 마다 여러 선생님이 스쳐 가셨지만 나는 오직 한 분 원경자 선생님 성함을 기억합니다.

잘한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선생님이시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고 한 번 보름달처럼 웃어주면 그 아이는 생애의 끝쯤 와서도 못 잊습니다.


2학년 올라가던 때 선생님은 시집 간대요. 시집이 어느 집이에요.

선생님 시집 가지 마세요.


선생님께서 결혼식을 하는 날에 선생님 모습을 보고나서 집에 돌아가는  

눈이 펑펑 오는 날에 눈이 눈물 되어 슬픔되어 눈에 고였던  1954년 그때가 방금인 듯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나비. 15  OX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