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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Oct 29. 2021

지구에서 모기가 사라진다면

어제 퇴근하면서 전철 안에서 기대지 말라는 출입문에 기대 핸드폰을 보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기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정확히 보였던  지하철 조명 탓도 있었을까. 눈에 보일 정도니까 완전 멀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와의 거리가 1미터 이상은 됐는데 모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잉잉잉 소리가 맴도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 그렇게 많은 모기들을 하나의  안에서 목격한 것은  나이들어서도 다소 생소한 광경이었다. 그것도 11월을  앞에 두고서 말이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

'원래 이맘때 이렇게 더웠나? 보통 이 시기에는 날씨가 어떻지? 보통 태풍은 언제 오고 장마는 언제고 폭염은 언제지? 원래 11월 다 돼서도 모기가 많았나? 작년엔 어땠지?'⠀

매년 똑같이 겪는 사계절인데 분명 똑같은 사계절이 아니다. '통상 이맘때쯤에는 이런 날씨어야 돼' 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각보다 틀릴 때가 많은 데 그게 나의 오류 탓인지 기후변화 탓인지 모르겠다. ⠀

아무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새벽부터 귀에서 잉잉 거리는 모깃소리에 잠을 설쳤다. 잠깐 피신도 해보고 불 키고 잡아보려고도 해봤지만 모두 실패. 혹시나 사라졌을까 봐 다시 누웠지만 여지없이 내 귀를 잉잉 적셔주는 모깃소리에 문득 '벌이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하고 바퀴벌레가 사라지면 지구가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는데 모기는 사라져도 지구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잠이 확 깨버렸다. ⠀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였다.⠀

젠장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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