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내 생일날이었다. 특별한 밥상을 받는 날이어서 한정식으로 송도 경복궁 한옥마을점에서 딸 내외들과 모두 함께 만났다. 점심으로 1시 예약되어 있었는데, 작은 애네가 조금 늦게 왔다. 바로 음식세팅이 되고 , 모두 앉아 생일 축하 인사를 하고 맛있는 식사를 한 뒤,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선물을 주고 덕담들을 나누고 화기애애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작은딸이 옆으로 오더니 봉투를 내밀면서 "엄마 한번 열어보세요~ " 한다.
응. 그래... 고마워! 하며 봉투를 여는 순간, 켜켜이 현금 앞쪽에 뭔가 들어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사진이다. 아니!!!
남편도 옆에 앉아서 "임신! 축하해!" 하며 어리둥절해하며 기쁨을 나눈다. 작은 사위는 " 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배시시 웃고, 작은 딸은 " 어엉~엉~ 임신 맞아요!" 하며 울음보를 터트린다.
기쁘면서도 눈물이 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사실 딸이 약간 생리불순도 있어서, 임신을 계획하고 시도하려고 하니 잘 안되어 몇 달째 난임클리닉을 다니고 있었던 때다. 그런데
3달 만에 임신이 되어서, 오늘 병원에 가서 확실하게 확인하고 오는 길이란다. 벌써 5주째라니...! 이보다 더 큰 기쁨과 이보다 더 좋은 생일선물이 또 있을까?
생각 같아서는 일어나서 방방 뛰며,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다. 한껏 기쁨을 표시하긴 했지만, 맞은편에 앉은 큰딸 내외가 있어 조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큰딸은 고양이 두 마리만 키우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라, 큰사위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작은딸에게는 마음껏 표현 못하는 것이 좀 안타깝기도 했다. 작은 딸을 꼭 껴안아 주며, "그래, 잘했어! 정말 축하해!" 하며 등을 토닥여 줬다. 엄마란 그런 것 같다. 어느 누구한테만 치우치기도 그렇고, 한쪽 편만 들기도 애매하고... 내가 너무 소심한 건지...?
큰딸이 결혼을 한 후, 그다음 해에, 작은딸이 말하기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결혼해야겠다고 해서, 1년 만에 작은딸 결혼식을 했다. 직장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마련했고, 대리로 승진한 후에 임신하는 게 좋겠다는 계획 하에 대리 달고, 결혼3년 만에 임신을 한 것이다. 입덧하는 것은 친정엄마를 닮는다더니, 다행히 임신 후에 입덧도 심하지 않아 막달까지도 계속 직장에 다녔다.
나도 첫아이 임신했을 때, 나보다 두어 달 늦게 임신한 내 친구는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난 막달까지 병원에 근무했었다. 그래도 그 친구 그렇게 심한 입덧 속에서도 애를 둘이나 낳았다. 장하다 내 친구야!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이 분만예정일 이어서 "루돌이"가 태명인 손주는 예정일보다 2주 먼저 나왔으므로, 그야말로 출산 전날까지 아기는 엄마랑 같이 직장에 다닌셈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이는 엄마 아빠 닮아 생활력이 좋은 건지, 출생 후 10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 번도 안 간다고 떼를 쓰고 운 적이 없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맘마"달라고 해서, 아침엔 오트밀과 바나나를 섞어서 따뜻하게 준비해 주면 딱 먹고, 옷 갈아입히고 준비되면 당연히 어린이집에 갔다가, 오후엔 집으로 오는 걸로 안다. 동탄에 있을 때는 엄마랑 같이 직장 어린이집에 갔는데, 서울로 이사를 가서는 직장이 가까운 아빠가 조금 늦게 출근을 함으로 , 아빠랑 함께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에 간다.어린이 집에서도 잘 적응하고, 울지 않고 잘 논다고 하니 대견하기만 하다.
할머니로서 발견한 제일 기특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아이가 소근육이 참 발달되어서, 물건을 집거나 들어 올리거나, 쌓거나 정리할 때도 섬세하게 참 잘한다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한다더니 나도 손주바보 다 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