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Sep 10. 2016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3 아메리칸 싸이코

반사회적 성격은 자기애의 연속선 상에 존재한다.

패트릭 베이트만, 27세, 싱글,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사인 P&P 부사장. 핸섬하고 스마트한 미국의 전형적 Yuppie.

그런데 이 사람 뭔가 특이하다. 그와 어울리는 무리들 모두가 그렇듯, 자기애와 위선, 허영, 허례, 거대 자기(Self), 그에 비해 작은 ego를 가진 것 외에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가책없이 살인을 하며 평정심을 찾는다. 무차별적 섹스, 마약, 공허한 인간 관계 속에서도 추상적이고도 실체없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고작 명함 한 장에서도 질투와 시기가 난무하고, 서로 자신을 인정해 달라며 젠틀한 아우성을 외쳐댄다. 겉으로는 좋은 옷, 정성들인 자기 관리, 좋은 직업, 기사 딸린 차를 소유하고 좋은 인테리어로 치장된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쾌락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쾌락은 찰나다. 그러므로 그것에 도달하는 과정은 공허함만을 남기고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패트릭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 가학적인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타인을 지배ㆍ조종하며 자신의 위상을 회복시킨다. 타인은 그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데 필요한 도구에 불과하며, 감정ㆍ정서ㆍ도덕ㆍ양심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상적으로 애착 형성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깊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영화 속에서 패트릭은 약혼녀를 두고도 친구의 약혼녀와 바람을 피우고, 창녀들과 문란한 밤을 즐긴다. 누구에게도 애착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기의 필요에 의해 선택적 인간관계를 취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폴 알렌』이나, 자신의 얼마 안 남은 양심과 죄책감을 압박해 오는 형사 『킴볼』을 대할때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을 취조하듯 무례하게 몰아부쳐도 지극히 절제된 감정과 젠틀함을 유지한다.


능적으로 자신의 서열이 이들보다 낮음을 직감했기 때문일까. 패트릭은 세탁소의 중국인, 창녀, 노숙자, 그리고 다른 의미없는 관계들을 대할 때와 서열이 높고 힘있는 자들을 대할 때 큰 차이점을 보인다.

 


왜 살인을 하는가


패트릭에겐 살인 또한 그저 쾌락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인간들을 무가치하다고 느끼므로, 단지 스트레스 해소용 취미로써 살인을 즐기는 것이다.


항상 피해자들은 무방비상태에서 일을 당한다. 정당히 겨뤄서 이기는 승부가 아니라, 치졸하고 치사하게 편법을 쓴다.


싸이코패스들은 기본적으로 정서와 감정이 결여되어 있으나, 극한의 혐오감이나 증오심, 조증 상태의 쾌락 정도는 느낄 수 있다. 보통 사람보다 흥분의 역치가 높으므로, 다른 형태의 쾌락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패트릭은 열등감을 살인으로 풀었다. 체면을 중시하므로 자기보다 좋은 명함, 좋은 시계, 좋은 집과 차 등을 소유한 사람들을 질투하면서도 그 앞에서는 감정을 숨겼다가, 패배감을 이기지 못하고 창녀나 노숙자 등 누구 하나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이름없는 자들을 죽이며 자기의 전능함을 확인하려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본질적으로 『목숨』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기본적인 가치, 즉 존엄이다. 이처럼 개인 최고의 가치를 착취함으로써 그는 허영을 채우고 우월감을 느낀다.


감정의 결여를 기반으로 한 『비인간성』은 타인과의 공생보다는 자신만의 쾌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자연스레 섞이지 못하고 물위에 뜬 기름처럼 반사회적 성격을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American P$YCHO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신자유주의에 빠진 상류사회의 Yuppie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국가에 우선하는 개인의 자유,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지향적 삶의 가치관을 지닌, 세련되고 세련된 미국의 상류층.


그에 앞서 1987년, 뉴욕 월스트리트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블랙먼데이, 즉 검은 월요일 사태로 인해 미국의 경제가 휘청거렸던 경제적 배경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제가 불황기로 접어들면, 사람들은 지갑을 닫는다. 때문에 화폐의 가치는 전에 없이 귀해지고, 이로 인한 물질적 가치의 극대화는 비인간성과 접목되어 인간 가치의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로 물질적 풍요를 최대치로 누리고 살아온 Yuppie족. 이들은 모든 것을 물질적 기준으로 판단한다. 모자란 것 없이 살아왔지만, 지성이나 낭만을 공유하며 『인간』탐구를 목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맺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들은 명함의 재질과 디자인, 고급 레스토랑 예약 가능성의 여부, 약혼녀나 약혼자의 지위, 명서과 부로 사람의 급을 나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취하고 아니면 버리는 『감탄고토』의 대명사이다.



인간중심이 아니라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패트릭과 그 친구들은 별다른 노력없이 부를 상속받은 이른바 『금수저』들. 그러나 이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기(Self)를 잃어 버렸다.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 또한 정상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상류층에 속한 부모일수록 자녀들은 그들의 자존감 유지의 수단으로서 이용된다. 누구네 자식은 어디 학교를 갔다더라, 누구네 집은 어느 가문과 결혼을 했다더라 등등... 국적을 불문하고 쓸데없는 오지랖은 건강한 자아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리고 부모의 과도한 자기애는 자식에게도 상속이 되어, 자기애적 연장선상에서 반사회적 인격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말 그대로 버튼만 누르면 먹고 싶은 것이 쏟아져 나오는 자판기 같은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


정서적 결핍과 자의식 과잉, 사회보다는 개인 중심의 삶을 사는 그들은 어느새 인간미를 잃어버리고 American P$YCHO가 되어간다.

이전 03화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2 7년만의 외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