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창작 회원들만 초대한 단톡방을 개설했다. 3개월 창작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한 소통이 이루어질 공간이다. 일단 참여하겠다고 호기롭게 손은 들었지만, 실제 "그림책 창작 모임"이라는 단톡방에 초대된 순간 그들은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하기로 한 게 잘한 것일까?', '괜히 하겠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밀어붙이기로 했다. 회의시간에 미리 설명했던 취지와 추진계획을 다시 공지했다. 10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며 데드라인은 12월 16일이다. 데드라인의 의미는 창작 그림책을 인쇄되어 실물 책을 내 손에 받아 드는 날로 정했다. 그래야 방학 전에 학교에 전시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
9월 시점에서 12월은 꽤 시간이 많이 남은 미래로 느껴진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체감되는 시간의 속도가 점차 빨라져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가속도가 생길 것임을.
신속하게 첫 번째 미션을 공지했다.
일주일 내로 출간 기획서 작성하여 단톡방에 공유하기
모든 일엔 큰 틀, 가시적인 계획, 중심이 될 뼈대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출판사에 투고할 것이 아니더라도, 혼자만의 소장용 책을 만들더라도 출간 기획서는 뼈대를 잡는 첫 번째 작업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첫 번째 Output이다. 결과물이 있을수록 성취감을 느끼며,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반복될수록 자신감을 얻는다. 창작은 자신감을 통해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간단한 출간 기획서 양식과 함께 제출일을 공지했다. 일주일 단위로 계속 미션이 주어지고, 점검하고, 진행을 할 것이다. 다음 주 목요일이 제출일이기에 아마 목요일 밤 9시에서 10시 무렵 단톡방 알람이 울리기 시작할 것이다. 원래 임박한 마감시간이 주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법이니 말이다.
모임을 리딩하는 사람으로서 마감일보다 하루는 일찍 제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끝까지 미루는 창의적이고 게으른 사람이기에, 나 또한 목요일 오후 9시에 공유했다. 부족함이 많지만 부끄럽지는 않은 나의 출간 기획서를 첨부한다.
첫째 딸을 위해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이의 소원 중 하나가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면 엄마가 나에 대해 책을 써줘!"다. 스테파니 올렌백 작가의 그림책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을 읽고 나서였던 것 같다. 꼭 유명해져야 할까? 꼭 나중이어야 할까? 아이의 특별함은 오늘도 눈부시고 지금도 경이롭다. 그래서 지금 아이에 대해 책을 쓰기로 했다.
타깃 독자는 바로 나의 딸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10살 여자아이. 출간 기획서의 타깃 독자는 뾰족할수록,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하는데, 이만큼 뾰족할 수가 없다. 내 책이 내 아이에게 반응이 좋으면 대성공인 것이다.
나만의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몇 번이나 강조한 마인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욕심을 내고 노력하는 것은 환영이지만, 다른 사람이나 책과 비교하여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나만의 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나만의 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