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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Jan 02. 2023

그림책이 나왔다. 8일 만에!

Thanks to 퍼플 POD 담당자님

그림책 창작 멤버들은 마감을 끝냈지만,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12월 23일 학교 아이들과 북토크 시간을 갖기로 했기에, 그전에 무사히 7권의 책이 실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7명 모두가 원고를 등록하고 판매 신청을 올린 것은 12월 8일 목요일. 교보 퍼플에서 판매 승인절차는 영업일 기준 2~3일 정도라고 했다. ISBN 대행까지 하면 시일이 1~2일 정도 더 소요될 수 있다. 판매 신청 올린 것은 12월 6일에 3명, 7일에 2명, 8일에 2명. 하지만 일찍 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올린 사람의 책 승인까지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A가 마지막으로 판매 신청 내역을 캡처해 단체 대화방에 인증한 직후, 나는 교보 퍼플 POD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POD 판매 승인 긴급 검토 요청] 부탁드립니다.

'학부모 동아리에서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7권을 판매 승인 요청한 상태인데, 23일에 아이들과 북토크 시간을 갖기 위해 그전에 꼭 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판매 승인을 되도록 빨리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의 내용이었다. 7권의 책 제목과 저자명, 상품 등록번호를 주르륵 입력했다.


사실 이메일 이전에 전화로 일정 문의를 하면서 사정을 얘기했다. 그때 통화했던 POD 담당자가 과정 진행상에 이메일로 보내주면 최대한 긴급으로 챙겨 보겠다고 했었다. 'POD 담당부서 직원이 한 명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튼 이후 내가 긴급 요청을 할 때마다 왠지 그분이 답변을 해 주는 것 같았다.


마음은 급한데 내지 판권정보에 발행일자를 넣지 않아서 또는 표지 파일을 잘 못 올려서 반려를 받았다. 일찍 신청한 일부는 담당자가 직접 수정해 주기도 했고, 일부는 반려를 했지만 다시 수정해서 등록하면 긴급으로 우선 처리하겠다는 이메일도 보내줬다. 우리의 단체 대화방에서 또 각자 수정해서 올렸다는 댓글들을 확인하면 나는 또 회신을 보내, '수정해서 재등록했으니 빠른 검토 부탁드린다.'는 압박을 계속했다.


우리의 친절한 교보 퍼플 POD 담당자는 약속처럼 긴급 처리를 해 주었고, 12월 12일 월요일에 모두 판매 승인이 완료되었다. '8일에 올려서 12일에 된 것이 긴급인 건가?' 싶겠지만, 중간에 반려와 재등록 과정이 있었음에도 주말을 제외하고 단 이틀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판매 승인이 이뤄지고 교보문고 온라인서점에서 검색이 됐다. 7권의 책 제목을 검색어에 넣어 엔터를 누르면 짠! 하고 책 표지와 저자명이 번듯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단체 대화방은 서로 다른 사람 책의 검색 결과를 줄줄이 올리며 기쁨을 나누었다.


그런데 나의 임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북토크를 위해 학교에서 책을 주문한 것이 12월 14일. 19일이 되어 확인된 출고 예정일이 12월 24일이라는 것이다. 주문 후 인쇄 시스템인 POD서비스의 출고기일은 영업일 기준 3~5일, 양장제본일 경우 2~3일 추가. 즉 주문 후 출고되어 배송 완료되기까지 7~10일이 소요된다. 그 예정 기일 중 최소일이 걸리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이브에 출고된단다. 사서 선생님이 고객센터에 7번 전화를 했으나 통화가 안 되고, 문의 메일도 보내놨으나 답변이 없다고 했다.   


[POD 긴급 출고 요청] 부탁드립니다.

12월 20일 또 POD 담당자에게 '긴급'이라는 단어를 붙여 메일을 발송했다. 판매 승인 과정에서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치레와 함께 긴급 출고를 요청했다. 22일까지만 나올 수 있다면 직접 인쇄소로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


역시나 우리의 친절한 교보 퍼플 POD 담당자는 다음날 아침 9시도 되기 전에 답장을 주었다. 양장 제본은 표지를 싸서 말리는 수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에 추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인쇄소에 긴급 요청해 22일 출고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직접 수령을 원하실 경우 파주까지 직접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분명히 문장으로 느껴지는 걱정 어린 질문을 하고는 한번 고민해보고 회신을 달라고 했다. 당연히 가겠다고 회신을 보냈더니 또 친절하게 인쇄소 주소와 담당자 연락처를 보내줬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면 당일배송, 늦어도 다음날이면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림책을 주문하면 7~10일 이후에나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분명 독자한테는 POD의 큰 단점이다. 게다가 단가도 일반 시중 그림책의 두 배 수준이다. 대체 누가 POD 양장도서를 살까 싶다.


그런데 책을 등록한 저자 입장에서 보니, POD는 책 한 권 내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저자의 초기 비용이 들지 않고, 재고 부담도 없다는 당연한 장점은 제외하겠다.


내가 만난 POD 담당자는 정말 '저자의 편'이었다.


학부모 동아리에서 각자의 책을 만들었고 아이들과 북토크를 하기로 했다고 하니, "그거 정말 좋은 일이네요."라고 얘기해 주었다. 일정을 맞추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더니, "판매 등록 과정이나 출고 과정 중간중간 이메일로 요청 주세요. 계속 저희 쪽이랑 소통하며 진행하시면 저희도 최대한 긴급으로 요청할게요."라고 응원해 주었다. 7권의 목록을 쭉 나열해서 이메일로 보냈더니, 7권 각각의 진행사항을 덧붙여서 회신을 주었다. 1차 검수 완료/ 2차 검수 중, 검수 완료, 판매 승인 완료. 내가 요청한 메일보다 담당자가 회신을 준 메일의 수가 더 많았다.


북토크가 끝나면 '덕분에 이렇게 잘했어요.'하고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다. 사무실 주소를 알 수 있다면 과자 간식이라도 한 박스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옛말에 뒷간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그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도 행사를 잘 치르고 나니 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 당장 메일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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