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려는 최종 목표는 그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를 넘어 생각을 잘하는 아이로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라> _황경식 저서 중
엄마표 생각 수업의 목표는 우리나라 철학계의 석학이신 황경식 교수님의 방향성과 같습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어쨌든 누군가와 비교하여 더 나은 방법, 더 참신한 방법을 생각해내는 경쟁의 확장 버전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을 잘하는 아이로 기르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주는 것이죠.
엄마표 생각 수업이 정답은 아닙니다. 제가 활용하는 사고기법들도 생각을 촉진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죠.
중요한 것은 엄마표로 하는 모든 수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아이와 하는 엄마표 수업은 아이와 관계를 더 굳건히 할 수도 혹은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교육학 분야의 유명 유투버인 임작가님은 저서 <완전학습 바이블>에서 어쩌면 부모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이의 공부 정서를 위해 좋을 수도 있다고 까지 얘기한 것은 생각해 볼 만한 내용입니다.
어떤 분야의 엄마표 수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의 긍정적인 관계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공부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생각 수업은 더욱 엄마가 수업에 임하는 원칙,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1> 긍정적인 엄마 시간 정서를 가지도록 하자
기꺼이 생각하는 것에 동참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표현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먼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도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 말을 이 사람에게 해도 될까?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까? 나를 믿어 줄까? 이상한 생각이라고 흉보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왜곡해서 전달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하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경험한 엄마에 대한 이미지나 관계에 따라서 엄마에게 내 생각을 말해도 될까 말까를 결정합니다. 소위 눈치 보는 거죠.
꼭 생각 수업이 아니어도 엄마표 수업을 하기 전에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하는 수업이 재미있다!' 라거나 '재미있을 거야~'라는 기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열심히 같이 노는 겁니다. 놀이터에서 바깥놀이를 신나게 해 주고 그다음에는 집안에서 재미있게 같이 놀고 그다음에 엄마표 oo수업으로 하고 싶은 콘텐츠 하나를 슬쩍 건네어 해 보는 겁니다. 이 때는 수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이거 한 번 해 볼래?' 하면서 맛보기 단계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시간을 좋아하면 비로소 '이제부터 엄마랑 oo수업해 볼까?'하고 공식적으로 시간을 정하는 겁니다.
이 과정들을 건너뛰고 무작정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수학 공부해야지!', '이제 너도 엄마랑 영어공부하자!' 하면 아이들은 공부와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고, 잘못하면 엄마와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게 될 수 있어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전 활동을 꼭 하세요.
<2> 정답이 없는 사고력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두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엄마표 생각 수업은 정답 없는 사고력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닌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살아내야 할 앞으로의 시대는 수없이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목표를 세우고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말은 생각 수업 후 바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엄마표 수학이나 영어처럼 유명 학원에 가서 내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를 보고 측정하지도 않습니다. 자격시험을 보거나 대회에 나가서 수상 경험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엄마, 나 좋은 생각이 났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엄마 생각은 어때?", "그 생각 진짜 좋은 방법이다!"라는 말들을 더 자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 수업의 효과를 가늠할 뿐입니다.
정답이 없으면 엄마든 아이든 불안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답이 있는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아 맞춰보고 맞았다면 동그라미를, 틀렸다면 체크 표시를 하며 왜 틀렸는지를 공부하는데 익숙하니까요. 어떤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을 때 이미 그것을 해결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했는지 예시를 보고 힌트를 얻어 문제를 푸는데 익숙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답이 없는 생각 과정에 익숙해지면 굉장히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들기나 그리기를 할 때도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엿보지 않고 자신의 상상 속의 대상들을 자유롭게 펼쳐내는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이 곧 창의적인 작품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죠.
어떤 주제를 제시하고 보다 원활하게 생각 활동을 촉진해 줄 사고기법을 더해주면서 모든 생각, 모든 의견이 다 정답일 수 있다고 얘기해 주세요. 그리고 많은 정답들 중에 가장 최적의 정답을 찾아가는 활동이라고 얘기해 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세 번째 마음가짐을 더하면 생각 수업의 주체는 바로 아이들이 됩니다.
<3> 무한한 인정과 절대적 수용을 하자
정답이 없는 혹은 모든 생각이 정답인 생각 수업은 무한한 인정과 절대적 수용을 기본으로 합니다. 부모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가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시간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죠.
나는 욱하는 엄마인데?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무한한 인정을 해 줘야 하는 시간을 만드는 의미도 있습니다. 정답을 맞혀야 하고 채점을 해야 하는 엄마표 수업은 어쨌든 욱할 수밖에 없어요. 똑바로 자리에 앉지 않아 욱하고, 하기 싫은 표정을 보니 또 욱하고, 여러 번 설명해 줬는데 왜 그새 또 까먹었는지 욱하고, 아직 진도가 다 나가지도 않았는데 놀이터 나가고 싶다고 욱합니다.
하지만 생각 수업은 정답이 없고 혹은 모든 것이 정답이 되니 아이들은 신나 하며 생각하고 표현합니다. 엄마도 무언가를 가르쳐줘야 하는 선생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들으니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욱하는 환경들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거죠. 바닥에 깔아놓은 전지에 배 깔고 하는 모습, 왔다 갔다 하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전혀 상관없는 장난감을 가져와 생각에 연결시키는 모습 등에 감탄하다 보면 엄마가 욱하는 순간도 거의 없습니다.
물론 중간에 흥미를 잃어 생각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아도 오늘은 생각이 잘 안 되는 날인가 보다 하고 시원하게 접어버릴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애초에 워너비 결과물은 없으니까요.
추가로 한 가지 더 얘기한다면 절대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교과 과목이든 인성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생각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창작과정입니다.
'누구는 더 창의적으로 만들던데...' 할 필요가 없어요. 같은 사고기법을 써도 결과물이 똑같을 수 없습니다. 아이의 머릿속 컴퓨터에 들어있는 지식과 경험 등은 오로지 우리 아이만 가지고 있는 저장물이잖아요.
똑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가 아닌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 그것을 넘어 생각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함임을 꼭 유념하세요.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표현해 낸 것만으로도 아이의 역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