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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Oct 24. 2021

질문 : 이 사람은 왜 대머리인가요?

전문가 인터뷰

아이가 어떤 사실을 단순히 받아들이거나 탐색, 질문, 모험을 즐길 시간을 외우는 것을 지양하고, 주어야 한다.

<틀밖에서 놀게하라_김경희> p.76



2020년도 초등학교 입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입학식을 어렵사리 치르고, EBS 원격수업에서 "우리들은 1학년" 노래를 부른 참 안타까운 학년입니다. 2학기 들어서는 담임선생님과의 화상 수업 시간이 좀 늘어나서 그나마 마스크 벗은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었지요.


줌으로 화상수업을 시작한 초반에는 기기 세팅에 줌 기능(음소거, 비디오 사용) 조절을 위해 아이의 화상수업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그런데 과밀학교에 과밀학급인 지라 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공평하게 발표기회를 갖기 위해 딱 2문장 얘기하더라구요. "저는 ooo 입니다. 저는 ~~~~ 입니다(그 날의 주제에 따라 한 문장 더함)


화상수업이기에 더욱 그랬을 수 있지만, 질문을 하는 아이도 없고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더군요. 어쩌면 대면수업일 때도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혹은 정해진 교육계획대로 진도를 해나가기 위해 질문의 기회는 많지 않을지도 몰라요. <틀 밖에서 놀게 하라>를 저술한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인 토런스상 수상자 김경희 교수는 창의영재의 호기심 있는 태도를 키우기 위해서 탐색과 질문, 아이디어 발산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가정에서라도 "질문"할 수 있는 환경과 격려를 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생각도구 : "질문하고 답하는 전문가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Expert Interview)"는 워크샵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기 전에 하는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으로 많이 쓰입니다. 두 명이 파트너가 되어 활동하는데, 한 명은 기자가 되고 한 명은 전문가가 되어 인터뷰를 하는 거죠.


어떤 주제를 던져주고 그 주제에 대해 기자는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기 위해 질문을 던집니다. 마치 "이달의 기자상"을 노리는 사람처럼 특종감을 위해 최대한 많은 질문을 하는 거죠. 그리고 전문가는 최대한 자신이 이 세상을 통틀어 가장 그 주제를 잘 아는 전문가로 빙의되어 대답을 합니다. 엉뚱하고 웃기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자신만의 논리와 지식과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거죠.


창의적인 아이디어, 틀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 것이 워크샵의 핵심일 때는 이 전문가 인터뷰를 아이스브레이킹으로 하면서 아주 엉뚱하고 재미있는 주제들로 제시해 줘요. 그럼 엄청 웃기고 재미있으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촉진해 준답니다. 그리고 엉뚱한 말이라도 자신이 전문가처럼 자신있게 말하기 때문에 질문이나 답변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도 있어요.





질문하고 답하는 호기심 대장 인터뷰



알아두기

목적 : 어떤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질문할 수 있으며, 창의적인 생각을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
준비물 : 전지, 마커펜, 이미지카드, 인터뷰 역할 뽑기 도구
소요시간 : 20분~40분


진행방법

1. 호기심이 생기는 이미지를 하나 선택하고 이유를 듣는다
2. 인터뷰 역할 뽑기 도구로 역할을 정한다
3. 먼저 호기심 대장이 하고 싶은 질문을 쭉 말하고 어른이 그 내용을 전지에 적는다
4. 각각의 질문들에 대해 호기심 해결사가 말하고 그 내용을 전지에 적는다
5. 인상깊은 질문과 답변이 무엇인지 이야기나눈다.



1. 호기심이 생기는 이미지를 하나 선택하고 이유를 듣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미지 카드는 다른 어떤 사진이나 그림으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 있는 앨범의 사진도 좋고, 잡지나 그림, 심지어 전단지나 학습지 홍보물에 있는 이미지 다 사용하셔도 된답니다.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시각적으로 좋은 매개체가 되고 상상력을 높이도록 우뇌를 자극하며,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누구나 글자보다 그림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본 활동의 시작은 전지에 이미지들이 모두 잘 보이도록 펼쳐 놓고, 아이에게 호기심이 가는, 궁금한, 왠지 끌리는 사진 한 장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이미지를 유심히 보고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이미 집중모드가 발동이 된 상태이고 머리는 열심히 왜 골랐는지에 대해서 매우 자연스럽게 뇌의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물어봐줘야 할 것 같은 이유를 물어봅니다. 같은 이미지 카드를 사용했을 때, 어른들은 스트레스 받은 자신을 상징한다고 많이 뽑는 사진을 아이는 그냥 머리에 메모지가 붙어있어서 웃기다고 뽑기도 하고요. 어른들은 해외도피를 가고 싶다고 많이 뽑는 사진을 아이는 그냥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좋아서 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딱히 의미부여를 하지 못 해 잘 뽑는 사진을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고 뽑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뽑은 이미지 카드가 본 활동의 생각 주제가 됩니다.



2. 인터뷰 역할 뽑기 도구로 역할을 정한다


본격적인 생각활동을 하기 전에 인터뷰 역할, 즉 호기심 대장과 호기심 해결사를 먼저 뽑아야 합니다. 기자와 전문가로 해도 되지만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인식시켜 주고 싶어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역할은 가위바위보 해서 뽑아도 되고, 엎어라 뒤집어라 해도, 종이 쪽지 만들어 뽑아도 되고, 사다리타기 해도 되고, 그냥 '너 뭐 할래?' 선택하게 해도 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숟가락이 있다면 뒷면에 역할을 쓰고 통에 뒤집어 놓은 뒤 뽑게 하는 재미를 줄 수도 있겠죠. 이 뽑기 하나가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스브레이킹이자 주의집중시키는 매력이 있는지요. 서로 먼저 뽑겠다고 난리가 납니다.




3. 먼저 호기심 대장이 하고 싶은 질문을 쭉 말하고 어른이 그 내용을 전지에 적는다


아이스브레이킹 때 선택받은 이미지카드 한 장을 전지 위에 올려놓고, 유심히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고 호기심 대에게 궁금한 것들, 알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많이 말해 달라고 합니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마구 휘몰아치듯 아이디어나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디어 발산기법)인 것이죠. 스피드가 빨라야 하는 브레인스토밍은 아이들에게는 말할 기회를 주고 작성은 어른이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은 말하는 속도와 쓰는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쓰느라 시간을 버리면 생각하는 양이 줄어들거든요.


예를 들어 '메모지가 잔뜩 붙은 아저씨'의 이미지를 주제로 두고 질문을 생각하도록 합니다. 'A4용지 한 봉지 다 썼나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네요.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으니 그만큼 종이를 많이 썼냐는 물음인 것 같네요. 메모지에 쓰인 하나하나가 숙제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숙제 다 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대머리에 초점이 옮겨가기도 해요. 앞에는 대머리고, 뒤에는 박스인가요? 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박스로 보이는 부분이 어디냐고 묻자, 사진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관찰해서 말 한 거더라구요. 자세히 관찰하면 그런 질문이 나올만 합니다. 관찰하고 생각하는 프로세스를 따른 것이니 이럴 땐 '관찰력이 뛰어나다'며 듬뿍 칭찬을 주세요.



10개 이상 질문이 충분히 나왔다 싶으면 호기심 대장의 임무를 마무리해 줍니다. "이제 더 이상 질문이 없으시면 마감합니다~" 라고 편집장스러운 말 한마디를 해 주세요.


생각두두의 생각수업 Tip

초등 고학년이라면 "6하 원칙"을 활용해 보세요. 6하 원칙을 참고해서 질문을 만들면 보다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질문연습을 할 수 있어요. 만약 본 활동의 목적이 "제대로 질문하기" 였다면 6하원칙을 이용했을 거에요. 하지만 활동의 목적이 여기서 제시한대로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무엇을 관찰하고 최대한 다양하게 질문하고 답하기" 라면 질문하는데 규칙이나 조언은 아껴두세요. 대신 무조건적인 수용을 해 주세요. 어떤 질문이나 답변을 자신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만도 충분하니까요.




4. 각각의 질문들에 대해 호기심 해결사가 말하고 그 내용을 전지에 적는다


이제는 호기심 해결사가 대답해주는 시간입니다. 이 때는 전지에 적혀져 있는 질문을 호기심 대장이 하나씩 읽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해결사가 해 줍니다. 그럼 왜 처음부터 호기심 대장이 하나씩 물어보고 호기심 해결사가 답변하지 않고, 호기심 대장이 질문을 마구마구 쏟아낸 다음에 다시 하나씩 물어보느냐! 최대한 질문거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집중 시간을 주기 위해성입니다. 예상 질문 리스트라고 보면 되겠죠. 답변을 들으면서 또 추가적인 질문이 생긴다면 호기심의 뇌 회로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호기심 해결사는 앞에서 본 '메모지가 잔뜩 붙은 대머리 아저씨'를 아주 잘 아는 전문가가 되어 질문에 답을 해 줍니다. 어른이기 때문에 메모에 적힌 것은 숙제가 아니라 일거리이며, 일은 다 하고 퇴근했다네요. 자고 있는 거면 옆으로 누워져 있어야 하는데, 고개가 세워져 있으니 자는 건 아니고 졸고 있는 거구요. 8번 질문, 머리 뒤에는 가발을 썼는지 물었는데 메모지가 위에까지 붙어 있으니 가발을 쓸 수도 없고, 그 뒤로 가발을 쓰면 중력 때문에 땅으로 떨어진다는 답을 해 주기도 하죠. 우리 아이는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답변을 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나요?



5. 인상깊은 질문과 답변이 무엇인지 이야기나눈다.


질문과 답변이 마무리되면 전지에 적혀져 있는 것을 함께 훑어 봅니다. 그리고 인상깊은 질문 혹은 참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되는 질문을 선택하고 이유를 나눕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에 충실하고 이해가 쉬운 답변을 선택하고 이유를 나눕니다. 자연스럽게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 답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어요.




덧붙여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질문하는 것이 어렵니? 답변하는 것이 어렵니?". 여러분은 어떤 것이 더 어려우신가요? 저희 아이들 중 7세 둘째는 "질문하는 것이 쉽고 답변하는 것이 어려워요."라고 하고,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질문하는 것이 어렵고 답변하는 것이 쉬웠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이 차이는 왜 일까요?


저는 몇 가지 가정을 해 봤습니다.


1. 독서력의 차이?


다방면의 책을 숨 쉬듯 읽는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여 답을 해 주면 되니 답변하는 것이 쉬울 수 있습니다.


2. 아이의 학습성향?


지식을 습득하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아이인지, 지식을 배우는대로 말로 일단 뱉어내는 아이인지 학습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지 않을까요. 생각나는대로 마구 뱉어내는 아이가 질문하기를 더 쉬워 하겠죠?


3. 형제서열이 낮을수록 창의적일 수 있다?


애덤 그랜트 교수의 <오리지널스>에서 소개된 연구 결과 둘째, 막내들이 더 엉뚱하고 활발하며 창의적인 비율이 더 많다네요. 우리도 둘째가 좀 별나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하잖아요?  


4. 학교 경험의 영향?


자유로운 질문과 오고가는 상호작용의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는 과밀학급 경험의 영향일지도 모를 일이죠.



질문하기가 답변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질문하기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질문이 있어야 답변이 있기에 질문이 더 우선 되기도 하고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대답의 양질이 달라지니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대답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훨신 더 잘 할 거에요. 이미 우리가 물어보는 것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다 대답해 주고 있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죠. 인공지능이 질문도 할 수 있을까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의문을 갖고 질문을 나누며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는 능력. 우리 아이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미래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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