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은 엄마의 생일이다. 음력이니 10월의 첫날인 오늘 이후에도 한번 더 엄마 생일을 떠올리게 될 테지. 언젠가 엄마 생일에 미역국 한 번 못 끓여준 게 후회할 날이 올까 싶어 2년 전부터 미역국을 끓여갔는데, 이젠 엄마가 없으니 고작 두 번에 그쳤다. 그마저도 잘한 일이라고 해야 할까. 더위를 많이 타던 엄마는 이 세상의 더위는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밤도 잊고 푹푹 찌는 한여름에 세상과 안녕했다.
그랬던 엄마도 한껏 좋아하는 게 있었다. 엄마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하늘이 짜개질 것처럼‘ 쨍하게 화창하고 선명한 날씨. 10월 1일 오늘처럼. 이런 날엔 펭귄 같은 포즈의 요상한 손짓과 함께 콩콩 뛰면서 후렴구만 아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상해, 엄마.’ 내 말에도 큰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웃던 얼굴은 날 우는 얼굴로 만든다.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은 따로 있었기에 엄마만의 사랑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도 어찌 보면 엄마 덕이다. 나는 우리 엄마처럼 되지 않기로, 나 자신이 내가 원했던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과정이야 어찌 됐든, 나는 엄마 덕분에 좋은 사람이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아름다운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그 또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 것도 엄마로부터였다.
그 사랑이라는 건 실로 위대하긴 한가보다. 영영 잊게 되더라도 전혀 미련이 없을 그 모든 기억들은 지우려 할 땐 지워지지 않더니, 존재가 사라지자 갈 곳을 잃고 흩뿌려졌다. 곳곳에 남은 좋은 기억들은 되려 잔인하다. 더 이상은 미워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금이라도 기억 속의 엄마와 나를 안아주는 일이다. 마주 보게 되더라도 두고 싶은 거리가 있었는데 엄마는 그걸 서운해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엄마를 사랑하고 싶어서 그랬어. 오늘 밤 꿈에 나타나주라. 내가 먼저 엄마 안아줄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그렇지 못한 날에도 엄마를 떠올릴게. 숱하게 서툴렀지만 여전히 사랑했었던 우리 지난날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