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by 고유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헤아리며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며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


그 말대로 정말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결과를 얻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저마다 견딜 수 있는 무게는 다르다. 체급에 맞지 않는 무게의 역기를 무리하게 들다가 부상을 당하듯이. 게다가 대부분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무작정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는 건 혹여 무책임하게 들릴까 조심스럽다.


내 생각은 이렇다. 삶을 포기하는 일만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 포기해도 된다. 다만 포기를 ‘끝’으로 여기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포기 앞에서 패배감을 느끼는 건 스스로 나약해서 이겨내지 못했고, 상황에 굴복했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한다. 목표를 완전히 버린 게 아니라 ‘이 방법을’ 포기한 것일 뿐이라고.


가본 적 없는 길을 운전해서 가다가 네비를 잘못 볼 때가 있다. 하필 두 갈래로 나뉘는 길의 끝에서야 다른 차선을 탔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다. 짧은 시간 동안 판단을 잘해야 하는 순간이다. 나는 그 길을 포기하기로 택한다. 꼭 그 길이 아니어도 네비는 경로를 재탐색하고, 반드시 길은 어디에서든 이어진다. 하필 그 길이 고속도로라면 좀 골치 아파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고속도로도 다르지 않다.


지금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다거나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지금 이 방법은 기꺼이 내려놓자. 그리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 방법이 더 나은 선택이 될지, 후회할 선택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포기한 자리마다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


이제껏 포기를 하면 비겁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배워왔지만,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놓을 용기가 없는 것,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포기하지 못하는 게 더 비겁한 일 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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