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때로는 생각보다 자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방해해도,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되기로 정해져 있던 것처럼. 고대했던 여행을 앞두고 악천후가 걱정됐다가도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을 보게 된다. 꼭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이. 출근길에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을 때도 그랬다. 발을 구르며 핸드폰 홈 화면을 껐다 켰다 초조하게 시계만 바라보는데, 바로 뒤이어 내가 타려는 버스가 보였던 그날처럼.
세상은 대체로 내 편이 아닌 것 같지만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는 잠시 내 편을 들어주곤 한다. 평소엔 나 하나쯤 이 세상에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는 듯 무심하면서도. 기적이라는 말이 좀 거창해 보여도, 겹쳐진 여러 개의 우연이 만든 행운은 충분히 기적이다. 하필, 어떻게, 딱 그 순간에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 같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그럴 때의 마음은 꼭 보너스 게임을 얻은 기분과 같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주어지는 하루가 보너스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오늘 좀 나쁜 날이었다 해도, 다시 주어지는 내일이 기회가 되어주니까. 심지어 어제까지 나빴던 일이 되려 오늘은 도움이 되는 날도 있다.
그러니까 그냥 걸어보자. 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면 뙤약볕 아래 그늘이 있고 한 번도 같은 적 없는 새것 같은 하늘이 있다. 그 순간을 나를 위한 순간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이 주는 행운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