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도 지능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무심함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다는 뜻일까? 다정함이 능력치가 되어버린 시대라니 어쩐지 씁쓸하다. ‘다정함’이라고 하면 센스 있고 눈치 있는, 예쁜 말과 친절한 행동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내가 생각하는 다정함은 조금 다르다.
다정함은 꼭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도 나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아는 사람의 존중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잘해주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태도처럼 스며드는 성품이다. 그래서 다정한 사람은 되려 강인하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할 줄 안다는 건, 먼저 자신을 그렇게 대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다.
다정함이라는 존중을 통해 어떤 이는 다시금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얻고, 또 어떤 이는 세상을 사랑할 마음을 얻는다.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듯이 혐오와 비난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도 크고 작은 다정함으로 인류애는 여전히 존재한다.
터미널에서 처음 본 아이가 빤히 쳐다볼 때 멋쩍지만 웃으며 손인사를 하는 일, 모임에서 어색해 보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 물을 쏟아 당황한 사람에게 다가가 돕는 일.. 다정함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걸 알아챌 수 있는 사람도 이미 다정한 사람이 아닐까.
종종 다정하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가끔은 그 다정함 때문에 누군가는 날 만만히 여긴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사실 나를 만만하게 여겼던 건 다정함 때문이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다정함은 그를 위한 호의가 아니었기에 상관이 없어졌다. 결국 다정함은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세상을 믿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