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를 믿게 된 건

by 고유

나누는 걸 좋아했다. 내 것을 내어주는 나눔이 아니라, 공평하게 셈하는 나눔. 어릴 때 집에 과자가 한 봉지 있으면 동생이랑 꼭 똑같이 나누어야 했다. 너 한 개, 나 한 개. 그러다 마지막에 딱 떨어지지 않고 한 개가 남으면 그마저도 반을 뚝 잘라 똑같이 나누었다. 그래야 공평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과자를 개수대로 나눌 일이 없는 어른이의 세상은 늘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하물며 쌍쌍바를 반으로 쪼갤 때도 언제나 반으로 똑 나누어지지 않는데, 사람 사이의 몫은 오죽할까.


세상 어떤 일도 똑같이 나눌 수 없다는 걸 알기 전까지 나는 못난 사람 이어야 했다. 옹졸하고 계산적이고 손해 볼까 봐 급급한 사람. 그렇게 모나고 못난 사람으로 사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는 더더욱 못난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계산적이고 못난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누군가의 친절과 호의는 나를 어찌할 바 모르게 했다.


손해 보기 싫어서 애써 머리를 굴렸지만 결국 손해를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마치, 나에게 정해진 그릇이 주어진 것 같았다. 무언가 비워져도 얼마만큼은 다시 채워지고, 얼마만큼 채워지면 어느 정도는 좀 덜어지게 되는.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가 얼마만큼 더 줬고 더 받았는지를 계산하는 게 하등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내 것을 좀 더 내어주는 일은 선한 의지라는 것도.


선한 의지를 믿게 된 건 나 혼자의 힘으로 세상에 오지 않았고, 이미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많은 걸 받으며 살아왔다는 걸 인정한 뒤부터였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기보다, 선한 의지를 먼저 가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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