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하나일 수 있어도 유일하지는 않다

by 고유

초등학교 때 쓰던 ‘전과’의 맨 뒤에 있는 ‘정답 및 해설’은 나에게 빛이었다. 나의 답과 정답이 일치할 때 들던 안도감이 기억난다. 실은 공부도 전과에 의존해서는 안 됐던 것 같은데, 삶은 전과처럼 정답만 따라서는 안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어릴 땐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정답이 틀린 경우도 꽤 있었다. 모두가 자신이 경험한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섣부른 조언을 하기도 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들의 말처럼 오로지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그런 단순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답은 하나일 수 있어도 유일하지는 않다. 질문이 달라지면 정답도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니 함부로 충고하지 말고, 함부로 주눅 들지도 말자. 모두에게 통하는 전과 같은 답은 없다. 각자의 오답노트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문제집 속 멈춰있는 질문지가 아니라 움직이고, 변하는 존재다. 각자의 조건과 타이밍, 변수는 곧 전혀 다른 문제유형이었다.


답을 적었던 시험지를 채점하는 건 선생님의 일이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채점을 맡기고 싶어진다. 이 답이 정말 맞는지, 이 답을 써도 괜찮은지. 틀릴까봐 불안해서다. 답을 틀리면 다시 문제를 푸는 게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데다, 사실 기분도 썩 좋지 않아서다. 그래서 누군가의 평가에 취약할수록 틀리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


틀려도 괜찮다. 그저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스스로 답을 찾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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