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집엄마 May 28. 2021

비 내리기 전 몸이 보내는 신호

어른들이 하시던 말을 내가 하다니

난 30대 후반이다.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에 비하면 고작 30대 후반의 어린 나이일 수도 있고, 20대 분들에 비하면 진정 아줌마 같은 나이일 것이다.

그런 나이를 가진 나는 아이를 낳아서 그런 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세월이 흐를수록 몸상태는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내 나이로는 조금 일찍 결혼을 해서 그런지 다른 산모들이 다 하는 수면양말 신기, 목에 손수건 두르기, 팔목 감싸고 있기 등 난 이런 건 하지 않아도 너무나 멀쩡했고 오히려 출산을 하고 나니 몸속 피가 막 돌아가고 있는지 땀이 줄줄 흘러 조리원에서 창문도 열어놓고 바람도 시원하게 쐬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주변에서 35살이 딱 넘어가면 몸이 한 군데씩 아프기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난 정말 35살이 된 해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대상포진도 한 달 간격을 두고 2번을 앓았고 원래부터 있던 비염은 날이 갈수록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더 심해져 링거를 맞아야 하는 상황도 생겼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될 때는 꼭 한 번은 앓고 넘어가야 했고 이것저것 운동도 많이 해봤지만 오히려 체력이 더 떨어져 운동을 다녀왔던 저녁이면 저녁식사를 겨우 차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느 순간부터 비가 오기 3~4일 전, 길게는 5일 전쯤부터 발목이 시큰거리고 욱신거린다.

심할 때는 자다가도 깰 정도로 통증이 와서 주무르다가 남편이 결국 안마를 해줘야 겨우 잘 때도 있다.

매일 기상예보를 확인하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비 오는 예보가 없었다.

이상해서 다시 확인해보니 그 사이 거짓말처럼 바뀌어있는 일기예보를 보게 된다.

4일 뒤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어있었다.

정확한 이 놈의 몸뚱이.


내가 어릴 적 엄마부터 시작해서 주변 어른들이 비가 오면 삭신이 쑤신다고 하거나 몸이 찌뿌둥하니 비가 올 것 같다고 말씀하시던 게 자꾸 생각이 난다.

며칠 뒤 거짓말같이 정확하게 비가 내리면 어린 생각에 신기하게만 생각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내심 우연일 거라는 의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전부 사실이었고 이제는 그 통증이 어떤 건지, 뼈 저린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도 실제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비 오기 전 찾아오는 이 신호가 처음에는 마냥 불편하고 짜증만 났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을 느낄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도 함께 느껴진다.

부모님이 우릴 키우면서 느꼈을 고통

어느새 내 아이가 이만큼이나 컸구나 하는 아쉬움

앞으로 더 나이가 들면 내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구나 라는 새삼스러움

나의 발목 통증이 지금까지 내 인생의 회고록과도 같고 앞으로의 회고록을 예고하는 것 같은 신호인 것 같다.

통증은 반갑지 않지만 이 통증으로 지나간 날을 돌아봐주고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니 썩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하는' 것 말고 '꾸준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