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잠깐 멈췄을 때 보이는 것들

by palisade

트레이너를 한지도 3년 차,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 지는 5년

막상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몸이 변화하는 과정, 근육이 생기고 체지방이 빠지며 몸에 나타나는 반응 등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운동이란 스포츠가 직업이 되었을 때

트레이너라면 몸을 당연히 잘 쓸 줄 알아야 하고, 일반인들보다도 수행능력이 좋아야 하며, 극한의 다이어트도 경험 삼아 스스로가

몸을 만들어 볼 줄도 아는 경험이 당연한 기반이라 생각하며 여러 대회도 나가보고, 바디프로필도 찍어보며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론 영양학, 인체해부학, 역학, 생리학, 심리학 등등 인간에 대한 모든 원리들도 다방면에서 지식을 쌓아야 하고

1:1이라는 퍼스널트레이너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도 원활하게 이끌 줄 알아야 하며

서비스직이기에 친절은 기본이며, 컨디션이 안 좋아도, 힘든 일이 있어도 늘 감정을 숨길 줄 알아야 한다


열심히 살았다, 쉬지 않고 달렸다

하루에 수업 꽉꽉 채워 시간을 쪼개어 운동하며 식단을 챙기고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뭔가 모를 강한 에너지가 나를 이끌었다 목표만을 향해서 끊임없이 정진했다


근데 이제는 벅차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늘 피로해서 눈이 풀려서는

어디 안 좋냐 안색이 안 좋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고 뭘 하든 의욕이 없이 하루를 버텨낸다

표정도 점점 어두워져 갔다

지금 쓸 에너지를 끌어서 너무 소진해 버린 걸까

이제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하고 강박을 좀 내려놓기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지금은 파도치는 바다에 서서 우두커니 버텨 저 멀리 수평선을 나지막이 해가 떠오르길 기다려야 하는 때인가 보다

그래서 지금은 달리기를 배우기보다 멈추고 늘 익숙하던 일상에서 멈춰서 하루의 ‘ㅎ’을 찾아보는 중이다


등산을 올랐을 때, 소나무 아래 쉬고 계시던 등산객 한분이 쉬시다 말곤 힘들어하는 날 보며

이리 와서 좀 쉬었다 가라고 냉장고 안같이 시원하다면서 자리를 내어주셨던 ㅎ


빵이 너무 맛있어서 자주 배달 시켜 먹는 수제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바쁜 점심시간 와중에도

영수증에 ‘감사합니다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며 메모를 꼭 남겨주시는 ㅎ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과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며 많은 영감을 주시는 작가분들의

와닿는 글귀 하나하나 보았을 때 느끼는 감동의 ㅎ


이런 하루의 ‘ㅎ’ 들을 모으고 모으다 보면 언젠가 다시 노를 저어 저 멀리 나아가는 날이 오겠지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