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쓰고싶은 마음

읽던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by 열짱

임신을 하고 나서 친정 근처로 이사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엄마 옆에서 아기를 낳고 키우고 의지하고 싶었다.

2016년 나의 육아가 시작되었고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

아이의 울음은 매일 다른 뜻을 가진 암호 같았다. 해석해도 정답이 없는 시험 앞에서 나는 매번 초보 엄마로 돌아갔다. 어려운 것들은 시간을 들이면 해결이 되었지만, 육아라는 종목은 오직 시간이 답이었다.


밤마다 끝없는 육아서 독파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읽어도 내 아이를 대입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어려운 시험이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읽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서점에 갈 여유도 없던 시절, 엄마에게 아기를 맡기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백을 쇼핑하는 것 마냥 설렜다.


육아는 여전히 어려웠지만,

가끔 해답처럼 보이는 육아서를 발견하면 희열을 느꼈다.

잔뜩 빌린 책 더미 사이에는 나의 갈증 같은 '글쓰기 책'이 섞여 있었다.


작년부터였을까.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여해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휴대폰으로 책을 읽는다는 건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종이책의 사각거림과 감성이 사라진, 눈만 피로한 전자책.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을 재우고 휴대폰으로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아졌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아주 조용한 나만의 독서 시간이었다.


도서관 앱으로 좋아하는 책을 장르별로 찾아보며

나는 다시 처음 도서관을 찾았을때 느꼈던 해방감을 느꼈다.


대출, 예약, 전자책 —

모든 게 손 안에서 가능했다.

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의 대출 기록은 77권.

집에 꽂힌 내가 직접 산 책은 30여 권.

아이의 10년과 함께, 나는 한 해에 고작 10권의 책을 읽어왔다.






내 책장에는 육아서,

책쓰기·글쓰기·출판에 관한 책,

블로그·인스타·유튜브 같은 SNS 관련 책,

그리고 최근에는 챗GPT와 AI에 관한 도서들이 있다.


시집올 때 가져온 책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30대가, 부자가 되는… 자기계발서들이었다.

그 목록을 보다 문득 깨달았다.

그게 바로 내 인생의 변화였다.



책은 읽고 또 읽어도 갈증이 났다.

그 목마름만큼, 쓰고 싶은 마음이 자라고 있었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어떻게 책을 써’라는 의심 사이에서 오랫동안 저울질했다.

그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않다가 정말 나를 쓰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한권으로 끝내는 책쓰기 특강>(임원화)

책을 덮자마자 워드 파일을 열었다가 끝내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닫았다.

단 한 줄 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읽을 땐 술술 읽혔는데 막상 쓰려니 말더듬이가 되었다. 갓난아기가 말을 배우듯 몇 자 썼다가 지우고, 결국 파일을 닫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하루 10분 전자책으로 월급만큼 법니다>를 읽었다.

전자책은 종이보다 쉽고, 페이지 수도 적어서 이번엔 진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자책이라고 쉽게 봤던가, 역시나 워드를 열고 한참을 1쪽에서 머무른 건 똑같았다.




마음은 먹어도 먹어도 글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았다.

부의 조건을 보면, '끌어주는 이를 만나라’ 했던가.

나는 길을 잃은 나침반 같았다.

그러다 ‘AI로 전자책 쓰기’ 강좌를 만났다.

그건 내게 북극성이 되어주었다.



쓸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정해진 시간, 나를 끌어주는 멘토 강사님, 그리고 쓰고 싶은 마음.

조건은 모두 갖추어졌다.

쓰고싶은 마음은 전자책이라는 형태로 이어졌다.

아이를 재운 뒤, 숨소리 고요한 새벽마다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쌓인 새벽들이 한 권의 전자책이 되었다.

한 권을 완성하는 순간, 나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서 있음을 알았다.


쓰고 싶은 마음은 결국,

나를 다시 새벽 책상 앞으로 불러내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14일 오후 11_15_42.png


#쓰고싶은마음 #새벽글쓰기 #육아와글쓰기

#울컥시리즈 #나의전환점

#브런치공모전 #작가의길

keyword
이전 06화공모전 公募展 두번째 이야기 2. 청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