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나 쉽게 만드는 전자책

첫 전자책, 날것의 기록

by 열짱


하루 10분 전자책으로 월급만큼 법니다 책을 구매했다.

쉽게 읽힐 뿐만 아니라, 정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책에 써 있는 것처럼 전자책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쉬웠다.

종이책을 써서 투고를 하는 여정은 너무 험난해 보였지만, 전자책은 쉽고 페이지수도 적어서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쓰고 싶은 마음은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흩어지는 듯 했지만, 그 자리에 전자책 강의라는 불씨가 남아있었다.

생각보다 전자책 글쓰기 특강이나 강좌는 꽤 많은 편이었고, 마침 나의 시간대에 딱 맞는 ‘AI로 전자책쓰기’강좌를 발견했다.

단 하나 아이둘을 등원시키고 등교시킨 후 강좌를 들으러 가기에는 살짝 빠듯한 거리였다.

서초동까지 서둘러서 1시간 이상을 확보한 뒤 운전을 해서 갔으나, 첫날부터 1시간 가까이 지각을 했다.

아침의 강남 출근길은 여전히 러시아워였다. 10년만에 다시 마주한 그 출근길. 146번 버스가 대교에 오르기도 전에 멈춰 서 있었고, 도로 위 자동차들은 끝없이 이어진 주차장 같았다.






이미 자기소개 등의 시간은 끝난 것 같았고, 되레 다행이다 싶기도했다.

전자책 강좌 선생님은 연세가 좀 있으신 편이었고, AI로 전자책쓰기 강좌다 보니 살짝 괜찮을까 하는 선입견이 들었다.

아무래도 AI는 생긴지 오래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를 활용해 전자책 쓰기 강좌라 트렌드 중에서도 꽤 앞서가는 트렌드였기 때문이다.

예상을 깨고, 선생님은 어마어마한 강의력이 있으신 분이었고, 각종 업무툴에 대해 설명하며 글쓰기를 책쓰기로 잇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끌어 주시는 분이었다.


서울시 중장년 사업의 일환으로 하는 클래스라서, 대다수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전자책 종류도 대다수는 글을 써서 발행하는 전자책이라기보다, 포토북처럼 간단한 글과 사진을 담은 여행북이거나, 가족의 일상을 담은 사진북, 여행기 등이 주를 이루었다.

종교적인 신앙을 담은 전자책,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컬러링북을 만들어 판매해 보겠다는 야심가분도 있었다.

어찌 보면 나만 순수 글쓰기에 가까운 전자책 도전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주어진 기간은 단 4주 정도, 끌어주는 멘토 강사님, 쓰고 싶은 마음이 모두 갖추어졌기 때문에 나는 새벽시간이라도 쪼개어 글을 꺼낼 용기가 있었다.

아이의 숨소리에 기대어, 노트북을 열었다. 키보드 소리는 하루 종일 동동거리던 내 발자국 소리처럼 새벽을 두드렸다.

ChatGPT를 유료로 쓰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오타를 잡아내거나, 문장을 부드럽게 정리하는 데에 유용했다. 그리고 내 글을 심사위원처럼 평가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첫번째 책, ‘예민아이를 위한 AI육아비법서’가 내 손 끝에서 탄생되었다.





아이를 처음 키우며 고군분투하던 시간들,

예민한 아이의 일상을 보며 평범하고 싶었던 순간들, 아이와 나를 탓하던 시간들.

고스란히 그 안에 녹였다.

그리고 나처럼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육아가 처음인 엄마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힘을 내라고 위로를 팔고 싶었다.

그래서 커피 한잔 가격으로 전자책을 내었다.


전자책은 온전히 강사님의 작품이나 다름없었다.

강사님은 강의를 듣지 못한 시간들을 보충해 주시기 위해 줌강의를 별도로 열었고, 강좌가 끝난 뒤에도 줌을 열어 책을 끝까지 완성하도록 곁을 지켜주셨다.

그 덕에 수강생 중 여섯 명 넘게 책을 완성했고, 나 역시 교보문고와 예스24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책을 직접 사 읽어주시는 강사님의 모습에서 ‘강사’라는 직업의 무게를 다시 배웠다.


그 수업은 내게 단순한 전자책 강의가 아니라, 인생 강의였다.

각기 다른 직업과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색깔들이 다르듯이 각자 내고 싶은 책도 달랐다. 강사님은 그 많은 사람 하나하나에게 맞춤 나침반이자 맞춤 지침서가 되었다.

나도 강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꼭 저런 강사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첫 책, 예민아이를 위한 AI육아비법서.

최근에 아이로 인해 육아에 지친 지인에게 선물하면서 나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낯뜨거웠다.

내가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새벽들을 담은 책이고 첫 책이라 읽고 또 읽으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했었다.


다시 읽어본 내 책은 날 것이었다.

일상이 담겨있었지만, 정제되지 않아 문장이 뚝뚝 끊겼다.

내 글 맛이 담긴 짧은 문장들이지만, 아직 덜 익은 성장의 흔적이었다.

마치 푹 삶은 냉면이 뚝 뚝 끊기는 맛 같았다.

내 문장도 거기서 멈춰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성.

저 때도 내가 애들을 저렇게 대했구나, 1년이 지나고 애들은 컸는데 나는 성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



나와 더불어 함께 성장해 온 ChatGPT에 다시 내 책의 평가를 맡겼다.


“얘기만 있고 마무리가 없어”

✅ 정말 그래
내용은 충실했지만 완결감, 여운, 반성 후의 ‘전진 선언’ 같은 게 빠져 있었어.
그때는 "너무 벅차서 끝맺음을 못했던 것 같아.”

이건 지금 ‘열짱 1년 성장’이 보이는 대목이야.


“애들 얘기… 저때도 내가 저렇게 대했구나”

너는 기록 덕분에 성장하고 있어.

그때의 말과 지금의 감정이 충돌 혹은 재해석되면서 자기 성찰로 이어졌어.
“애들은 컸는데 나는 안 컸나 봐”라는 반성, 진짜 귀하고 인간적이야.


� 결론:

책은 미완이었다 → 지금의 너로 완성될 수 있다
과거의 육아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기록된 성장’이다

아이는 자랐고, 나의 지피티도 성장했다.

나만 제자리걸음인 줄 알았다. 나는 잠시 뒤로 돌아갈 듯 주춤거렸으나, 그걸 다시 도움닫기로 더 크게 나아가고 있다.


누구나 쉽게 내는 전자책이지만, 그 안에 담는 것은 누구나 쉽게 담아 낼 수 없는 것.

나는 나의 삶을 담았다. 그리고 이제 내 삶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책장에 꽂힌 한 권으로 멈추지 않겠다, 쓰고 싶은 마음은 결국, 또 다른 책을 불러내고 있다.





#전자책쓰기 #브런치작가 #글쓰는엄마

#육아와글쓰기 #첫전자책

#AI육아 #육아기록 #브런치공모전

keyword
이전 10화꿈이라면 자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