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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May 11. 2018

청춘


얼마 전에 카페에서 기분 좋게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걷기 좋은 계절이므로, 평소라면 상쾌했을 발걸음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꽤 잠잠해졌던 감정 기복이 다시 오르락내리락하는 건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던 중 노래 하나를 들었다. 김동률의 '청춘'.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서 가사를 곱씹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울컥해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별안간 스무 살에 한 아이가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잠시 알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지금 내 모습을 이루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에 무수히 많은 영향을 끼친 아이. 그 아이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처음 듣는 순간 마음 한 켠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그 말이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슴 깊이 박혀 있다. 심지어 "그런 나쁜 소리 하지 마"라며 나무라던 나 역시도 종종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입 밖으로 내뱉고는 한다. (이건 그냥 바람인 것이다. 만약 자신의 수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너무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 뿐.)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점점 나이가 든다는 것에 실제적인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난 지금도 이 젊은 몸뚱이가 종종 버겁다고 느껴지는데. 시간이 흘러 내 몸과 얼굴이 늙어가는 것을 도저히 볼 자신이 없다.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바래질 것이며, 탱탱한 볼은 점점 나이 든 사람의 그것으로 변할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이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며, 내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청춘이라는 말이 더이상 내 것이 아닌 때가 온다는 것.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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