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빠처럼
나는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달을 좋아한다. 달을 관심가지고 보게 된 건 아마도 대학시절이지 않을까 싶다. 졸업을 앞둔 학기에는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서 매일 실험을 했는데 그때 실험을 마치고 학과건물을 나올 때즈음엔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캠퍼스에는 사람들이 없었고 하늘에 달과 별만 떠있을 뿐이었다. 사실 환한 가로등과 아직 꺼지지 않은 연구실 불빛들 때문에 선명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달은 매일 떠있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과 함께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상쾌하지던 시절.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에 하늘을 보며 매일 바뀌는 달 모양을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꼈던 희미한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졸업을 했고 사회생활을 하느라 하늘을 바라볼 겨를 없이 지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달을 보기는커녕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지냈다. 그렇게 6년을 정신없이 살다 제주에 오게 되었다. 제주에 와서는 전업주부가 되어서 그런지, 아이가 스스로를 챙길 만큼 커서 그런지, 시골에 있어서 그런지 마음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겼다.
해 질 녘 즈음엔 꼭 마당에 나가 노는 아이를 따라 나가면 아직 환한데 한쪽에 달이 떠있는 날이 많았다. 달을 보면 마치 닿을 수 없는 먼 거리에 있는 우리 아빠를 보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골이라 가로등 하나 없는 마을에 달빛이 비칠 때면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달빛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달빛 만으로 마을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달을 좋아하는 건 낮에는 안 보이지만 있다는 사실이, 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돌아가신 아빠도 안 보이지만 달처럼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며 빛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따스해진다. 오늘밤에는 아이랑 남편이랑 함께 달구경 해야겠다.
추석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가족들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아버지가 계신 분들, 부럽습니다. 아버지가 제 앞에 나타나신다면 힘껏 안아드리고 싶은 오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