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나, 가을
오늘 아침 창문을 열었다. 쌀랑한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상쾌했다. 가을이 오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뜨겁고 뜨거웠던 여름이 이제는 가나보다. 그런데 나는 후련하고 상쾌하기보다 마음 한편에 아쉬움과 찝찝함이 남아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토요일, 육지에 있는 친오빠와 전화로 격렬하게 말다툼을 했다. 그렇게 나는 올해 마지막 여름을 불태웠다.
오빠는 엄마와 함께 셀프세차장을 운영하며 손세차를 하고 있다. 그동안 손세차를 하며 정비에 대한 꿈을 내려놓지 못한 오빠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중 아는 분이 하시는 카센터에서 오빠에게 일자리 제안이 왔다. 오빠는 올해 초부터 정비일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음에도 들어온 제안에 주저주저했고 고민했다. 그런 오빠를 보며 엄마와 새언니는 그렇게 하고 싶은 정비일인데 해보는 건 어떻냐고 권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이것이 아니라며 온몸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지냈기에 엄마는 이직소식을 격하게 환영했다.
오빠가 새로운 곳으로 가면 엄마가 혼자서 세차장을 운영해야 한다. 올해 65세인 엄마를 보면서 누구는 한창이라고 하겠지만 내 눈에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서른세 살에 남편을 잃고 우리 남매만 바라보며 꾸역꾸역 살아왔던 엄마가 이 나이까지 세차장을 운영하는 것이 벅차 보이는 데, 마흔이 넘은 오빠 눈에는 엄마가 아직도 젊어 보이나 보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고 하니 세차장을 던지고 가는 오빠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남은 엄마를 생각하면 화가 불쑥 올라온다.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건 응원하고 지지한다. 다음 달부터. 남은 시간 동안 아무리 엄마의 옆자리라고 하지만 오빠가 떠난 자리가, 마무리가, 깨끗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