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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Oct 24. 2024

아이 운동회에 내가 더 설레는 아침

스포츠 데이 학부모 참관 일정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모든 학년이 한 날 함께 운동회를 했다. 지금은 학년별로 나눠서 진행한다. 아마 코로나 이후로 그렇게 하는 것이 간편하다 보니 굳어진 것 같다고 선배엄마들이 말한다. 예전만큼의 볼거리는 없지만 간소화된 행사가 한편으로는 좋은 것 같다.


6년 내내 운동회 하는 날 나는 거의 엄마가 오지 못했다. 직장에 다니던 엄마였기에 못 온다고 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엄마가 된 지금 그랬던 엄마가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점심시간도 있고 반차라는 것도 있는데 굳이 직장 때문에 못 온다는 것은 엄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씩씩하게 괜찮다고 했지만 많이 서운했다. 친구 엄마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그 기억이 떠올라 한참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엄마가 운동회에 온다니 아이는 어떤 기분일까. 내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상상이 가지 않는다. 좋기는 좋겠지만 말이다. '나는 엄마가 오지 않은 운동회를 떠올리지만 내 아들은 엄마가 온 운동회를 기억하겠지.' 라며 내심 기뻤다. 나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원망은 끊어내기로 했다. 나는 엄마와 다르게 운동회에 갈 수 있는 엄마라는 사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행사는 11시 반에 끝났다. 아이는 점심을 먹고 1교시를 더 하면 하교를 한다. 다시 집에 갔다 오는 시간이 아까워 학교 근처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앉은 지 5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시가 다 되어간다. 아이의 하교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돌아오면 수고했다고 꼭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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