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지 말아야 할 선, 뱉어서는 안 되는 말, 인간이라면 해야하는 행동
이년 전쯤, 어느 날 큰 외숙모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는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시니까 좀 와서 보라며 소리를 지르고 끊었다. 엄마는 황당했지만 할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에 얼른 큰 외삼촌댁으로 갔다. 큰 외숙모는 "내 엄마냐, 네 엄마지."라고 하며 아침부터 와서 저녁까지 간호 좀 하라고 했다. 왜 자기만 봐야 하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사실 내막은 이렇다. 큰 외숙모는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조건으로 한 달에 삼사백만 원을 셋째 삼촌이 지원해 줌으로써 그 집 네 식구의 생활비로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할머니 생신이니 맛있는 것 좀 사드리게 돈 좀 붙이라며 미국에 있는 막내이모에게 연락해서 소위 우리가 아는 협박 삥 듣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그 집 아들, 내 사촌이 술집 차리는데 큰 거 한 장이 들어갔으며 사촌 동생이 20대 중반이 되면서 할머니를 볼모삼은 돈으로 차를 뽑은 걸로 안다. 그렇게 큰 외숙모는 시댁식구들에게 할머니를 볼모 삼아 삥 뜯는 고수가 되었다.
할머니가 병상에 눕게 된 계기는 밤에 화장실에서 넘어지시면서 고관절이 부러졌고 그로 인해 수술을 했다. 넘어진 이유는 경미한 뇌경색이었던 걸로 추측한다. 그때도 큰 외숙모는 미국에 있는 이모에게 전화해서 간병비로 삼백만 원이 들었으니 그 돈을 보내라고 하며 할머니를 볼모 삼아 또 삥 뜯기를 시작했다. 할머니는 고관절 수술 이후 큰 외숙모가 보호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아 재활치료를 받지 못했고 그 시기를 놓쳐 거동을 전혀 하실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상태가 됐다. 할머니는 점점 노쇠해지고 병상에 몸져누우시면서 모시고 있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는지 갑자기 엄마를 부르더니 네 엄마, 내 엄마 시전을 하며 아침부터 할머니를 간병하러 오라는 소리를 했다. 엄마가 일을 해야 해서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 갑자기 옆에 있던 큰 외삼촌에게 "당신도 빨리 죽어. 나도 과부 돼서 과부대접 좀 받게."라고 했다. 외숙모는 천지분간이 되지 않았는지, 엄마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세게 넘어버렸다. 엄마는 그날 할머니의 상태를 보고는 전문가가 있는 요양병원으로 모시자고 했다. 큰 외숙모는 게거품을 물며 "요양원으로 모시면 나는 장례식 때도 안 갈 거고 안 볼 거야."라고 소리를 질러다. 할머니가 그 집을 나가는 순간 셋째 삼촌의 지원금이 끊기는 것과 그동안 협박 삥 뜯기로 인한 돈줄기가 끊기는 것이 두려운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 이후 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으셔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그 틈을 타서 엄마는 퇴원하는 할머니를 엄마집으로 모시고 왔다. 그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는 큰 외숙모는 입관식 때 할머니를 부여잡고 사랑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요란하게 울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위선적이던지. 그동안 할머니에게 했던 큰 외숙모의 행동들을 알면 얼마나 구역질 나는 행동인지 알 것이다. 엄마가 외출을 하거나 제주 우리 집에 올 때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를 봐주시던 새아버지와 새 고모님께 들었다. 엄마에게는 한마디도 하시지 않는, 큰 외삼촌 집에서 있던 일을 두 분께는 다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화장실 딸린 안 방이 할머니 방이었는데 고관절 수술 이후로 누워만 있는 할머니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방치했다고 한다. 하루종일 식사도 주지 않고 저녁 일곱 시쯤 외출하고 와서 딸기 한팩 씻어 던져줬던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제일 아끼던 장손인 사촌은 누워서 꼼짝 못 하는 할머니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 소리 지르는 할머니를 향해 할머니가 제일 싫다고 소리를 질러댔다고 한다. 구박과 천대, 노인학대에 돈까지 뜯겨 가며 왜 그렇게까지 그 집에 있어야 했을까. 능력 없는 큰 아들, 할머니의 아픈 손가락 때문이었으리라.
돈이라고는 1원 한 장도 벌어보지 않은, 아니 벌어보지 못한, 큰 외숙모는 돈 버는 것을 두려워했고 선뜻하지 못하는 걸 넘어서, 서른 세살에 혼자 되어 두 남매를 키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는 엄마에 대해 열등감이 심했다. 어느 심리학자는 열등감이 원동력이라고 했다던데 큰 외숙모에게 열등감은 주변을 갉아먹는 원인이 되었고 그냥 집에 들어 앉아서 할머니 앞으로 들어오는 돈을 열심히 까먹으면서 할머니에게는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큰 외숙모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지금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눈에서 피고름이 나오는 병에 걸려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세상사 억울하게 지나가는 일도 있지만,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아, 나는 좋은 마음,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지.'하는 다짐을 했다. 아무리 열등감과 좋지 못한 감정이 있더라도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과 뱉어서는 안 되는 말, 그리고 인간이라면 해야 하는 최소한의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큰 외숙모, 만수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