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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l 30. 2024

때아닌 진로고민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이제 제주에 온 지 꽉 찬 7개월. 처음 제주에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아파트가 아닌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고 학원으로 빼곡한 높은 빌딩이 많은 거리 대신 숲이 울창하고 말이 풀을 먹는 평온한 거리를 아침저녁으로 지나다닌다. 환경이 변하니 삶의 방식도 바뀌고 자연스럽게 생각회로까지 바뀌는 걸까. 무엇이 나를 느슨하게 만들었으며 여유 있게 했을까. 자연의 힘일까. 일이든 공부든 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마치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서울에서의 삶은 늘 불만족스러웠고 예민했으며 까칠했고 신경질적이었다. 무엇보다 대입 때부터 박힌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물질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일은 죄다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일이든 육아든 나를 갈지 않으면 항상 죄책감이 들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들은 나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나를 아끼고 다독이는 하루를 보내고 연대와 공감, 나눔과 봉사를 생각한다. 새소리와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을 맞이하고 뜨거운 햇살에 빨래를 말리고 글을 쓰고 밥을 하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늘도 이만하면 됐다, 충분했다는 생각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지만 지식적인 부분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는 자격증이다 보니 지식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언니들은 자기 분야에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은 재능과 실력들이 대단하다. 미술 전공을 한 언니들과 요리를 하는 언니 그리고 글 쓰는 나까지 네 명이서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나도 언니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빛내기 위해 무엇을 갈고닦으면 될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우리 여보, 집에서 쉬라고 했더니 멋진 친구들도 사귀고 자기 발전하는 모습이 아주 멋지다.” 라며 격려해 주었다. 나는 배움에 있어서 만큼은 실행력이 빠른 편이라, 바로 민간자격증을 알아봤다. 아무래도 나는 글을 읽고 쓸 때가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고 나다워진다. 글을 읽고 쓰는 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건 어떨까. 글을 함께 쓰는 것,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독후 활동을 하는 것 등이 떠올랐다. 평소 그림책 동아리에서 도 하는 것이긴 하지만 발표를 하며 이쪽 분야에서 많은 부족함을 느꼈기에 한 번쯤은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독서지도사 1급을 선택했다. 수업을 듣다 보니 아이들의 발달과정과 그 아이의 성향에 맞는 책을 선정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독서도 심리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잊고 있던 나의 심리학 학위가 떠올랐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당시에는 하원시간이 지금보다 늦어서 학점은행제로 심리학 학사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지. 제주에 처음 내려올 때도 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지만 야간 수업인 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까지는 엄마가 있어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잠시 미뤄뒀는데 독서지도사 수업을 듣다 보니 다시 심리학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준비해 볼까 고민 중에 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지금은 여기저기 기웃대며 문어발식으로 모든 걸 걸치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미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흘러가는 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무언가가 되어 있겠지 하는 게 지금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내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오늘도 어딘지 모를 그곳으로 걸어간다. 뚜벅뚜벅.



이미지 출처: 제주스톡064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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