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by 묻는 사람 K

행동하기보다는 고민'만' 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느리게 회복되는 사람이라서 사는 일이 녹록지 않다. 예민함은 때때로 놀림거리였고, 사소한 일에도 발목 잡는 골칫덩어리였다. 수시로 나를 찌르고 상대도 곤란하게도 만드는 터라서, 아닌 척해보고 숨겨도 보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너는 그런 사람'이라고 자꾸 흔들어댔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 가고, 그러다 보면 어떤 면은 깎이고 변하기도 하지만, 천성이란 천형 같은 거라서 결국 사는 동안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피하고 밀어낸다고 어쩔 수 있는 것 아니므로 절반쯤 포기하고,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예민함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인복' 하나는 타고난 덕에 가진 것 이상 누리며 지냈다. 언젠가 이 누림이 다한다 해도 억울해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시기마다 지지해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살면서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분들이다. (그분들에 관해서는 언젠가 자랑할 기회가 있을 테다.)


그저 오늘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 버리신 한 분만 기리기로 했다.


" 위태롭게 흔들리고, 사방으로 날 서 있던 이십 대와 삽 십 대 초반을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복이었습니다. 수시로 바보짓 하면서도,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였어요. 모든 면에서 완벽한 분은 아니셨더라도, 제게는 최고로 품위 있는 '롤모델'이셨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선생님처럼 유머 있고, 멋스럽고, 유연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선생님께서 지나가신 나이를 제가 뒤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었구나.... 깊이 깨닫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부디, 아픔 없이 평안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이종빈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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