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한순간에 가라앉지 않는다
이별도, 혼란도, 말하지 못한 마음도
대답을 들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침묵이 있었다고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회복은 멀리 있지 않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를 다시 불러내는 데서 시작된다
감정이 흐를 땐, 끝이 없다.
기억은 제멋대로 재생되고 한 장면은 열두 번쯤 반복되어 흐릿해지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선명하게 날을 세운다.
말하지 못한 말, 차라리 삼켰어야 했던 말, 그리고 아무 말도 없던 침묵까지.
그 사이에서 마음은 끝도 없이 되감는다. 지난날, 조용히 무너지는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지나 보냈다.
그러다 문장 하나가 마음에 내려앉았다. “그를 놓은 게 아니라, 나를 되찾은 것이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속으로 몇 번이고 반복했다.
마치 나를 향해 속삭이는 주문처럼. 그 말은 이별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무너진 내 마음을 붙드는 부드러움이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억지로 지우는 방식보다,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더 회복에 가깝다고 말한다.나는 억지로 잊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 마음을 내 안의 방 하나에 들여놓고 문을 조용히 닫았다.
모든 감정은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지나간다. 나는 다만 다시 누군가의 어둠에 갇히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를 지킨 다음에야, 나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 하나쯤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그림자를 비추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빛을 건드리지 않는 거리에서.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나를 잃지 말자, 나를 사랑하자, 그리고 그다음에, 타인을 사랑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