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Oct 30. 2022

색안경 끼고 보는 세상살이

결국 나를 살아가는 거지, 행복까지 따라 하진 못해.

요즘은 sns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볼 기회가 많다.

아는 지인이 유럽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럽고 부러워서 샘이 날정도였다.

그래서 집중이 안되고 내 삶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나도 저렇게 유럽을 여행하고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너무나 행복해질 것 같았다.

이 확신이 내 마음 밑 자락에 강하게 깔려 있어서 

이 상황을 재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안쓰럽고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뭔가 붕 떠있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나니

정말 저 상황에서 나는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떠나서 멀리 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나는

 여행이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구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낯선 곳에서는 늘 뭔지 모를 불안이 있기 때문에

마냥 내 집처럼 편안하지가 않았다.

그러니 여행을 가면 새로운 곳에 왔다는 호기심과 흥분이 있기는 해도 

뭔지 모를 긴장과 불안은 

편안하게 그 상황을 즐길 수 없게 만들곤 했다.


낯선 곳에서 내가 집처럼 편안하게 즐긴다면 행복하겠지만

나는 낯선 곳에서 그 지인처럼 옷을 차려입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차라리 내 거실에 앉아서 티브이 속에서 나오는

 세계 테마여행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편이

 훨씬 행복할 때가 많다.


남이 행복해한다고 나도 똑같이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시샘이 사라졌다.

시샘이 사라지니 행복해졌다.


최근에 아는 후배와 만나서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이 모든 일은 1시간 이 조금 넘는 시간에 이루어졌다.

정말 짧은 시간에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는데 

그 시간은 행복으로 너무나 충만했었다.


우리가 만난 장소는 그 흔한 핫플레이스도 아니고 

이국풍의 카페나 대단한 음식점도 아니었다.

그냥 아파트 상가에 있는 시래깃국에 커피였다.


그런데 정말 최근에 그 만남이 가장 집중이 되었고 재미가 있었다.

너무나 좋아서  파리나 맨해튼의 유명한 거리의 카페에 앉아 있어도

지금 여기보다  더   행복하지 않겠다 싶었다.


이 자리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만큼 행복을 느낄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행복은 다 각자의 몫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 과의 상황 비교가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어디에 있든지 그 순간 나는 나만큼  행복하다.

그리고 나처럼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알았다.

아! 이것이 각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로구나.


세상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다 따라 한들  마음속 행복까지 따라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의미가 없고 그러기에 나의 삶에 더 진실해지면 될 일이다.


이것이 깨달아지는 지금의  58세가 기적이고 또 다른 행복이다.



이전 16화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