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든 워홀이든 이민이든 처음 한국 밖으로 나가 살게 된 사람들을 보면 내가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현지에 사는 한국인을 조심해라!'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해외에서 같은 한국인들에게 사기치고 사는 동포들이 참 많다. 중국은 자기네끼리 똘똘 뭉쳐 서로 도와주려고 하고, 일본은 워낙 개인주의라 같은 일본인이든 말든 상관 안 하는 느낌이고, 한국은 엄청 반가워하면서 잘해주는 척하다가 등쳐 먹는다. 과장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아니면 반대로 이곳에서 살면서 이제 막 한국에서 온 사람들한테 당하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토론토 현지 유학원에서 일을 할 때 가끔 진상 한국 학생들을 만나면 '얘네가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은 문제로 한국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못 할 거면서 왜 한국어로는 무례해지고 무식해지는가. 나는 그때 '어디 가면 그냥 한국인 아닌 척해야지'라고 다짐했다.
나는 한국인에게 직접적으로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본 것은 없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은 많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다른 한국인 유학생, 어학연수생, 워홀러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들은 처음에는 '교포인 줄 알았다.', '영어 잘한다.'라고 하더니 점점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고,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내 뒤에서 내 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이상한 것 아니냐고? 다 같이 식당에 가서 서버와 small talk을 했다. 그녀가 내가 한 귀걸이가 예쁘다길래 약간의 대화를 나눴는데 나와 함께 있던 한국인들이 "너는 쓸데없이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야?"라며 나를 '나대는 애'로 만들었다. 이곳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그들이 싫었다. 내가 그들보다 캐나다 온 지도 훨씬 얼마 안 됐는데 더 영어 잘하고, 더 잘 적응하는 모습이 아니꼬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 덕에 '저렇게 영어를 못 해도 여기서 컬리지를 다닐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나도 컬리지 진학을 하게 됐고 이후 영주권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이후 마음 맞는 착한 한국인 두 명과 함께 살며 가족같이 지냈다. 이후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가끔 진짜 마음에 잘 맞는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건 참 복이고, 감사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한 달 일정으로 혼자 떠난 동남아 배낭여행에서 나를 도와주셨던 그곳에 사시는 한국인 분들께도 물론 이 글이 닿진 않겠지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무리 파티에서 한국인 아닌 척하거나 한국인을 만나도 인사만 하고 사라져도 언제나 1-2명 정도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은 항상 있었다. 최근에도 함께 일했던 한국인 동료를 오랜만에 만나 장장 8시간의 수다를 떨었다. 새벽 1시라 그분의 남자친구가 데리러 와서 헤어졌지만 그다음 날 다른 자리에서 만나 또 1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기에 만약 주말에 날 잡고 일찍 만나 대화하면 최장 수다 시간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비록 처음 만난 한국인을 경계하고,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고 해도 나와 친해지고 싶어 다가오는 사람을 막진 않는다. 특히 직업상 한국인 유학생, 워홀러들이 다 내 여동생 같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면 어떻게든 도와준다. 어젠 토론토 국제 영화제의 Korean Night 행사에서 배우 산드라 오를 만나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 때 그녀는 많은 교포 여자아이들, 어쩌면 많은 아시안 여자아이들의 우상이었다. 나처럼 북미에서 멋진 한국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큰 영감과 귀감인 존재다. 나 또한 그녀처럼 되고 싶다 소망한다.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인... 멋지잖아?